학부모가 혁신학교 지정 거부

2014.12.13 23:44:48

서울 중산고, 신청 철회 요청
학부모 여론조사 87.8% 반대
학력 저하, 생활지도 등 우려
시교육청 “설득해보라” 압박


혁신학교로 지정된 서울 중산고가 지정 신청 철회를 요청했다. 학부모들이 학력저하 우려 때문에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산고는 4일 2015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지 사흘 만에 서울시교육청에 지정 신청 철회를 요청했다. 이유는 학부모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혁신학교 지정 사실이 알려지자 후기 일반고 원서 접수를 앞두고 이 지역의 중3 학부모들이 학력 저하와 생활지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 학교로 항의전화가 오고 심지어 중산고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류까지 형성됐다.

학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으니 재학생 학부모들도 지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SNS를 통해 자체적으로 찬반을 집계해 학교에 전달했다. 반대가 83%였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의 동의만 받았던 학교 측에서 6명의 학부모 위원들에게 의견 파악을 부탁했다. 1인당 10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93%가 반대였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학력 저하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하는 것은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근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학력저하 논란에 대해 “어려운 지역에 혁신학교가 많다 보니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성적이 낮다는 검증된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 혁신고의 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보통 이상 성취도 학생 비율은 64.3%로 전국 평균인 85.2%에 한참 못 미친다. 기초학력 미달(20점 이하) 비율은 15.4%로 전국 평균 4.2%보다 훨씬 높다. 20점 이하 학생이 4명 중 1명인 학교도 있다.

성적이 낮은 지역이나 학생 선발 효과 탓을 할 수도 없다. 우수학생 선발 효과를 제거하고 학교 교육력에 의한 학력 향상을 측정하는 학교 향상도 평균도 -2.95다. 학교향상도가 양수(+)이면 성취도 향상을, 음수(-)이면 성취도 하락을 의미한다.

이런 학부모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지정 철회 요청을 받은 다음 날인 5일 반려 공문을 보냈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는 명분이다. 학교 측은 9일 학부모 여론 수렴 결과 등 근거와 사유를 보완해 지정 철회를 다시 요청했다. 이번에는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SNS 여론 조사 결과도 공식적인 의견수렴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학교 측은 교육청의 요구로 혁신학교 지정 신청 취지와 장점을 설명하는 가정 통신문을 보내고 다시 공식적인 여론조사를 했다. 이번에도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1, 2학년 부모 809명(87.7%)이 반대했다. 찬성은 113명(12.3%)이었다. 중산고는 이 여론조사 결과까지 첨부해 11일 다시 지정 철회 요청을 한 상태다.

류만열 중산고 교장은 "의욕적으로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한 과정에서 전체 학부모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학교의 책임이지만 이제는 학부모의 반대가 심해 학교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며 "교육청이 요구한 요건을 갖춰서 요청했으니 이번에는 학교 입장도 헤아려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류 교장의 하소연과는 달리 전체 학부모 의견을 받지 않은 것은 학교의 책임이 아니다. 시교육청에서 혁신학교 공모를 받을 당시 학부모 여론조사를 신청 요건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예산지원까지 내걸고 혁신학교 공모를 진행했지만 55개교 목표에 못 미치는 47개교만 신청했다. 학부모 여론까지 물었다면 학력 저하 우려로 신청 학교 수는 더 줄었을 것이기 때문에 요구하지 않았다는 시선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예산 지원도 많이 해주는데 혁신학교가 그렇게 좋다면 왜 미달이 됐겠냐"며 "기존 혁신학교를 잘 운영하고 좋은 교육성과를 내면 무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혁신학교 신청을 서로 하려고 들 것"이라고 했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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