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제2의 인생 시작… “진솔한 이야기꾼 되고파”

2014.12.18 19:26:57

소설 ‘봉인된 그리움’ 펴낸 임종화 씨



33년간 교직생활에 몸담다
‘첫사랑’ 소재 글쓰기 도전
초판 완판 될 정도로 인기


유도 선수, 교직생활 33년, 첫사랑, 소설, 작가…. 연관성 없지만, ‘그’를 소개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들이다. 유도 선수로 전국을 주름잡던, 지난 33년 동안 체육 교사로 학생을 가르치던, 퇴임을 앞두고 첫사랑을 소재로 소설을 집필한, 그렇게 출간한 소설 ‘봉인된 그리움’ 초판(初版) 완판을 기록한 그, 임종화 씨다. 그는 “중학교 시절, 가장 힘든 숙제가 글짓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평생을 교단에 섰던 그에게 글쓰기는 도전이었다. 학창시절, 해마다 열리는 백일장에서 문장 몇 줄을 써내려가지 못했다. 교직에 몸담으면서 문서를 작성하고 연수 자료를 만들었던 게 전부였다.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쓴 글은 공문서를 만드는 수준이었습니다. 평소 책을 좋아해 틈틈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는 했어요. 명예퇴직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소설을 읽게 됐습니다. 문득 ‘퇴직 전에 나도 소설 같은 걸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랄까, 뭐든 열심히 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무작정 소설을 읽었다. 50권을 읽을 때까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100권을 읽고 150권을 읽은 후에야 ‘책을 이렇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펜을 들었다. 임 씨는 “처음 쓰는 글이라 형식, 분량, 맞춤법…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고 했다.

“탈고 후 글이 제대로 쓰였는지 궁금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국어 선생님에게 한 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했어요. 어떤 평가를 해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죠.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겁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속을 끓이던 중 내용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엄지까지 추켜올렸어요. 농담인가, 싶었죠.”

이후 그의 소설은 동료들 사이에서 ‘재미있다’고 입소문을 탔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국어를 전공한 교감까지 읽게 됐고, 책으로 펴내도 좋을 것 같다는 권유도 받았다. 하지만 출간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 대표를 만났고 원고를 한 번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서점을 운영하는 친구를 찾아 갔다가 우연히 출판사 대표를 만났습니다. 씨름에서 지는 사람이 저녁 사기 내기를 하고 있었죠. 씨름을 해서 이기면 원고를 읽어 봐달라고 할까, 생각이 스쳤습니다. 출판사에는 하루에 많게는 수백 건의 원고가 들어오는데 제목만 보고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들었거든요. 저 같은 초보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결과요? 유도로 다져진 몸인데… 상대도 안 되는 게임이었죠. 하하.”

며칠 후 그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출판사 대표였다.
“임 선생님, 우리 출판사 직원들과 검토해봤는데 만장일치로 출간하자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소설 ‘봉인된 그리움’은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학창 시절의 풋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경험에 허구가 더해졌다. 가난한 환경 탓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주인공 정우. 매일 하는 일이라고는 싸움뿐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애틋한 사람이 있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소녀 하루꼬. 한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우를 걱정한다. 둘은 서로를 마음에 두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만다. 그는 “소년과 소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출판계에서는 체육 교사로 퇴임한, 이순(耳順)의 그가 소설가로 등단한 일을 두고 ‘전무후무’라고 말한다. 이름 없는 작가가 펴낸 소설 초판이 완판 된 점도 이례적이다. 현재 그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책을 출간하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퇴직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쑥 들어갔어요. 하하. 독서의 밤이나 독서 동아리 행사에 초대돼 강연도 했지요. 무척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책을 많이 읽고 내공을 쌓으려고 합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교직생활을 했던 것처럼, 그렇게 글을 쓰려고 합니다.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소설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준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표합니다.”
김명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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