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➉‘길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나들목’을 빠져나가 보자

2015.01.22 18:22:24

이번에는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며 만나게 되는 외래어나 외국어에 대해 알아보자. 차를 갖고 길을 나서는 경우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일일이 지도를 보고 찾아가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도구가 나와서 참 편리해졌다. ‘내비게이션’은 길을 안내해 주는 기능을 하므로 ‘길안내기’나 ‘길도우미’로 바꿔 쓰면 된다.

(1)내비게이션(navigation) → 길안내기/길도우미

겨울철에는 길 위의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기를 반복한다. 노면 위에 얇고 투명하게 살얼음이 얼어 있기도 해 매우 위험하다. 이렇게 생긴 살얼음을 ‘블랙 아이스’라고 하는데, 말뜻 그대로 ‘(노면)살얼음’이라고 하면 된다.

(2)블랙 아이스(black ice) → (노면)살얼음

아무리 운전 경력이 많다 해도 이런 길에서 사고를 피하려면 급제동이나 급가속은 피하고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겨울철에 이렇게 도로가 얼었다 녹았다 하고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을 뿌리다 보면 아스팔트 길 표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마치 그릇처럼 구멍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을 ‘포트홀’이라고 한다. 도로 위에 구멍이 난 것이니 ‘노면홈’으로 바꿔 쓰면 된다.

(3)포트홀(pot hole) → 노면홈

갑자기 나타난 ‘노면홈’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에는 타이어가 찢어지는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조그맣게 파인 홈이야 살짝 피해가면 되지만 멀쩡하던 도로가 움푹 꺼지는 이른바 ‘싱크홀’은 어떻게 피할 수도 없어 더 걱정이다. ‘싱크홀’은 멀쩡하던 땅이 움푹 꺼져서 생긴 구멍 또는 그렇게 땅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뜻하므로, ‘함몰 구멍’이나 ‘땅꺼짐’으로 바꿔 쓰면 됩니다. 즉, 그런 구멍은 ‘함몰 구멍’이라 하고 이런 현상을 ‘땅꺼짐’이라고 하면 된다.

(4)싱크홀(sinkhole) → 함몰 구멍, 땅꺼짐

낮에는 도로 상황이 잘 보이지만 밤에는 차선도 잘 안 보이는 때가 있다. 이때 자동차 전조등 불빛에 반사돼 차선이 잘 보이게 하는 도로 위 안전시설을 ‘도로표지병’이라고 하는데 언뜻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말은 ‘길반짝이’로 다듬었다.

(5)도로표지병(道路標識鋲) → 길반짝이

도로에 ‘길반짝이’를 설치해 두면 야간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된다. 입체 도로에서는 램프를 잘 찾아 이용해야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램프를 놓치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램프’는 ‘입체 도로에서 서로 교차하는 도로를 연결하거나 서로 높이가 다른 도로를 연결해주는 도로’를 이르는 말이므로 ‘연결로’라고 하면 된다.

(6)램프(ramp) → 연결로




서로 다른 고속도로가 맞닿는 지점을 이를 때 ‘제이시(JC)’ 또는 ‘제이시티(JCT)’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영어 단어 ‘Junction’을 줄여 쓰는 말인데, 길이 갈라지는 곳이기도 하니까 ‘분기점’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7)JC/JCT(Junction) → 분기점

또한, 교통량이 많은 도로 교차 지점이나 차량이 들고 나는 곳에는 ‘인터체인지’가 있는데 ‘아이시(IC)’라고 한다.

(8)인터체인지(interchange): 도로나 철도 따위에서, 사고가 일어나거나 교통이 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차 지점에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신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한 시설

이 말은 ‘입체 교차로’로 다듬었다. 입체 교차로에서 대체로 차들이 나가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므로 ‘나들목’이라고도 한다. 고속도로에서 입체 교차로를 빠져 나오면 ‘톨게이트’ 시설이 있는 곳이 많은데 통행료를 내는 곳이니 ‘요금소’라고 하면 된다. 어떤 사람은 ‘톨게이트 요금소’라고 쓰는 사람도 있는데 그냥 ‘돈내는곳’이라고 하면 더 쉬울 것 같다.

(9)톨게이트(tollgate) → 요금소

찻길과 인도 사이에는 차량의 진입을 막고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굵은 말뚝 같은 것을 세워두었다. 이것을 ‘볼라드’라고 하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말을 ‘길말뚝’으로 다듬었다. ‘길말뚝’이라고 하니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10)볼라드(bollard) → 길말뚝

요즘에는 ‘길말뚝’이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돼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네모난 돌로 만드는 것보다는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둥그렇고 부드러운 재질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특히 앞이 잘 안 보이는 사람에게는 ‘길말뚝’이 흉기가 되기도 한다니 말이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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