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제정된 지 한 세대나 지났다. 우리 사회가 ‘스승’을 의미 있게 인식하고, 교원의 역할 가치를 국민적 차원에서 공유하려는 기념일을 30년 이상 유지해 온 것이다.
한 세대라는 시간은 사회적 의식의 변화를 짚어내는 변곡점으로 인식된다. 교사에 대한 인식, 교원의 역할 가치 등에 대한 변화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낡은 시대의 교사상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교사의 역할 위상에 대해서 진화적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지난 한 세대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역동적이었다. 산업화 이후 진전된 고도의 정보·기술 사회는 국민들 삶과 일의 양태를 빠른 속도로 변환시켰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 수요가 늘어나고, 전문성 역할 자체도 왕성한 분화를 하게 됐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역할 정체성을 이전과는 다르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그 나름의 주장과 참여와 소통을 시도하는 그런 역동성의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교원과 교직 또한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 세대 전의 교사상과 교권의 모습이 고정 불변의 것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
새로운 교사상과 교권의 추구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욕구와 갈등의 분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보다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사회 각 분야에서의 가치 추구는 확산되고,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의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 그만큼 갈등이 많아지는, 그런 사회적 역동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 집단 또한 이런 욕구와 갈등의 분출 공간의 중심에서 피해자로 서 있다. 일부 학부모에 의해서 유린되는 교권의 추락은 한이 없다. 많은 교사들이 상처를 입고 교단을 떠난다. 이는 교육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나쁜 징후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교권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모색과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그것은 물론 교권 침해에 대한 징벌을 강화하는 기술적 대응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교원의 역할 위상이나 수행 역량에 대한 새로운 인식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것이 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고, 그 변화의 역동성에 걸맞게 교원의 역할 위상이 어떤 진취적 진화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시에 시대가 요청하는 교사상의 고양을 위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공동체적 관심과 노력을 쏟을지를 모색해야 한다. 이 문제는 일차적으로 교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적 과업이라 할 수 있다. 교사상과 교사 역할 혁신은 미래 한국 교육의 진정한 역동성을 마련하는 기반 과업이기 때문이다.
먼저 교원들이 주체로서의 역할을 한 차원 더 높게 다방면으로 확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던 전통적 역할에서, 교육의 다른 주체들과 소통하고 협응하여 함께 실천하는 역할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학부모 갈등의 피해자에서 갈등의 예방 및 조정자 위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제동행(師弟同行)과 사모동행(師母同行)이 선순환하는 국가․사회적 학사모일체운동(學師母一體運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교원의 역할 주체성은 세계화 시대에 세계화 공간에서 더욱 역동적으로 확충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교원들이 대한민국 교육과 교원의 우수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만드는 주체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 교육현장에 봉사 및 교육활동을 통해 교육한류를 전파하는 새로운 교육자 역할 영역을 개척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 역량은 예비교사 양성과정에서부터 준비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주창하는 교원의 역할 진화는 소극적 자기 생존의 방편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적 진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교권의 고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진화의 발상과 의욕이 선언적 구호로 그치지 않도록, 교사상 혁신을 위한 국가의 제도적 지원과 재정적 육성이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구현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