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교육읽기> 이재발신(以財發身)

2015.06.04 19:11:09

재물(財物)은 본래 인간의 풍요와 행복을 위해 존재했다. 그러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인간을 지배하는 물질이 돼 비인간화 내지 인간 소외(疏外)의 발원처가 됐다. 또 인간 스스로 화려한 물질문명 속에 파묻혀 그 외경심과 인간성을 배제함으로써 인간 본연의 가치를 스스로 추락시킬 뿐 아니라 최근에는 경쟁논리를 내세워 인간을 물질적 척도로 평가하는 몰인정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에 “어진 사람은 재물로써 내 몸을 일으키지만, 어질지 못한 사람은 몸으로써 재물을 일으킨다(仁者 以財發身 不仁者 以身發財)”고 했다. 현대의 삶 속에 인자(仁者)의 ‘이재발신(以財發身)’의 정신은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반면 재물의 이익을 얻기 위해 사는 삶인 ‘이신발재(以身發財)’의 태도는 시대적ㆍ역사적 산물로 수용되고 미화되기까지 한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제국 천 년을 관통한 철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고 강조했다. 로마의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솔선해 최전방에 나가 싸웠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금쪽같은 재산을 사회에 흔쾌히 내놓았다. 이러한 행위는 당시 지성인의 의무이자 명예로 인식돼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으며, 투철한 도덕의식과 공공정신은 봉사와 기부문화를 낳게 했다. 로마 귀족들이 보여준 이 같은 행위가 바로 ‘이재발신’의 실천인 것이다.

물질만능주의로 오염된 현대인들의 허물을 이제 ‘이재발신’의 정신으로 씻어내야 한다. 이는 곧 인간미 넘치는 풍요로운 삶의 근원이자 우리의 가치를 복원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만일 물질적 질곡(桎梏)을 안식처로 삼아 자포자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는 거와 다름없다.

우리 모두가 상생하는 유일한 길은 ‘이재발신’의 실천에 있음을 각인(刻印)하고, 21세기를 선도할 정신문화로 이를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송영일 대전가오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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