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편법취소…학생 피해
‘평교사 장학관 등용’ 박탈감만
현장 “공약 이행 매몰, 폭주 말라”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일부 자사고와 특목고를 지정 취소하면서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서울교육청이 22일 세화여고, 경문고, 미림여고, 장훈고 네 곳을 기준점수 미달 자사고로 발표하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보성향인 조희연 교육감이 ‘코드’에 매몰돼 평가했다는 지적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에 기준 미달된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 지역주민 개방여부’, ‘학생 인권동아리 운영’ 등을 평가항목에 반영한 것을 두고 “너무 억지스럽다”는 입장이다. 정성평가 성격이 강한 이 항목들을 정량평가로 포장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교육부 동의절차가 또다시 관심대상으로 떠오르며 조 교육감과 교육부 간 ‘자사고 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지난해에도 조 교육감은 당선되자마자 이미 상반기 때 끝난 자사고 평가에 대해 그 평가항목과 배점을 바꿔가면서까지 재평가를 강행, 결국 14곳 중 8곳에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가까스로 막았다. 결국 두 기관은 소송전까지 벌여가며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서 자사고 학생, 학부모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교육부와 직선교육감은 최근 ‘인사권 남용’ 문제로도 한 판 붙었다. 지난해 2기 직선교육감들이 특정 노조출신 평교사와 무자격 공모교장들을 장학관이나 본청 과장에 앉히면서 물의를 빚자, 교육부는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에 평교사가 바로 발탁될 수 없도록 임용기준이 강화된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내놨다.
자사고 지정 취소부터 평교사 장학관 임용,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 책임 공방, 학생인권조례 상위법 위반 논란 등 교육부와 교육청 간 첨예한 대립은 직선교육감 등장 이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직선교육감들의 무리한 ‘폭주’가 주원인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물론 교육부도 지나치게 지방자치에 관여하려 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교육감들이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의 국가 교육정책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교총이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및 교육전문직 31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1기에 비해 2기 직선교육감 1년간 부정적으로 변화됐다’고 응답한 교원비율이 56.48%에 달했다.
특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정책 상이에 따른 어려움 경험 유무에 대해 ‘있다(58.8%)’고 답한 교원이 ‘없다(22.4%)’고 응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교육감과 상급기관, 지자체 간의 고래싸움에 학생, 학부모, 교원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증명한 것이다. 최근 수년 간 교사 명예퇴직이 급증했던 이유도 교육청의 무리한 드라이브로 인한 학교현장의 황폐화가 한 몫 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취임 1년 평가에 대해 스스로 100점 만점에 80~100점 등 후한 점수를 매겨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교육감의 자기평가와 교원들의 현장평가가 매우 상반됨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시도교육감 간 정책 상이에 따른 학교현장의 이중고를 심각히 인식해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실험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버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