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교육읽기> 이무위용(以無爲用)

2015.07.02 19:53:44

그릇은 비어 있기 때문에 제 구실을 하며 집은 빈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모든 사물은 비어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가치를 얻는다. 이것이 ‘무의 쓰임(以無爲用)’이다. 비어 있음의 무는 채워짐의 유에 의해 쓰임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어 있음이라는 무형에 의해 만물은 그 가치를 확보한다. 곧, 유는 비어 있음이라는 무에 의해 이로움이 되는 것이다. 무가 없이는 현실의 사물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이다.

‘노자’에 “30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 축으로 모여드는데, 그 가운데 바퀴통이 비어있기 때문에 그 수레의 쓰임이 있게 된다. … 그러므로 있음이 이롭게 되는 것은 없음이 그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라 했다. 왕필은 주석(注釋)에서, “모든 것은 비어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다. 비어 있는 것은 있는 것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있으며, 있는 것은 없는 것에 의지하여 그 쓰임이 있게 된다(皆以無爲用也 言無者 有之所以爲利 皆賴無以爲用也)”라 말했다.

수레바퀴가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바퀴살과 양쪽 수레바퀴를 연결하는 굴대 축(軸), 그것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멍 뚫린 바퀴 통(轂)이 있어야 한다. 만일 바퀴통에 빈공간이 없다면 수레와 수레를 연결할 수 없어 수레바퀴로써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속이 비어 구멍 뚫린 바퀴통이 있어야 바퀴와 바퀴를 연결할 수 있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도 비움과 배려의 미덕이 필요하다. 교사 가운데 비움의 미덕을 소유한 사람은 자기의 생각을 비우고 학생들의 생각을 수용하며 배려를 기반으로 가능한 허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수업을 진행한다. 또 학생들의 미숙함과 유치함에 대해 충분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실수나 잘못을 비움의 아량으로 포용해 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급을 운영할 때 규칙에 초점을 맞추거나 규칙을 어긴 결과, 즉 벌칙에 집착하는 경우는 이 ‘무의 쓰임(以無爲用)’으로 볼 때 학생의 생각을 막는 행위다. 훌륭한 교사는 자기의 생각을 비우고 학급 학생들의 생각을 발양시켜 그들 스스로 ‘희망’을 품게 한다. ‘희망’은 곧 인간이 채워야할 빈 공간으로 사람이 끊임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다. 비어 있음의 무는 채워짐의 유에 의해 쓰임이 되는 것처럼, 교사는 비움의 미덕을 통해 학생 스스로 희망이라는 유를 품게 해야 한다. 교사가 무의 가치를 모른다면, 소중한 교실 공간이 희망이 없는 죽어있는 공간일 수 있다.

학기 초 교사는 자기의 생각을 비우고 학생 스스로 희망의 유를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수립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미래지향적으로 수립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달려있다. 교사는 늘 학생들이 스스로 ‘희망’이라는 공간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교실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학생을 위한, 그리고 교사 자신을 위한 가장 훌륭한 교육 방법일지 모른다.
송영일 대전가오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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