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쓸 우리말>㉙'모도리'보다 '허릅숭이'에게 정이 간다

2015.10.15 16:02:58

뭔가 일을 똑 부러지게 처리하지 못 할 때 “사람이 티미하다/트미하다”고 한다. ‘티미하다’는 사전에 없고 ‘투미하다’가 있다.

(1)투미하다: 어리석고 둔하다
- 그는 남들이 말을 붙여 보아도 돌미륵같이 투미해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 그 선수는 수비하는 모습이 원래 좀 투미해.

사람들이 ‘투미하다’를 ‘티미하다’나 ‘트미하다’로 잘못 말하는 듯하다. 이 말은 경상도 사투리라고도 한다. ‘투미하다’와 비슷한 말로 ‘트릿하다’가 있다.

(2)트릿하다: 맺고 끊는 데가 없이 흐리터분하고 똑똑하지 않다
- 이번에도 트릿하게 일을 했다가는 큰일 날 줄 알아라.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이 ‘흐리멍덩하다’이다.

(3)흐리멍덩하다: 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하는 일 따위가 아주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
- 그는 일 처리가 흐리멍덩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흐리멍텅하다’라고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흐리멍덩하다’의 북한어다. 일 처리 따위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이 ‘흐리터분하다’이다.

(4)흐리터분하다: 성질이나 행동 따위가 답답할 정도로 흐리고 분명하지 못하다
- 아닌 것은 아니라고 또렷이 말하는 그에게는 흐리터분한 구석이 조금도 없다.




어떤 일에 서투른 사람을 가리켜 ‘생무지’라고 하고, 일을 미덥게 하지 못 하는 사람을 ‘허릅숭이’라고 한다. 또,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한 사람을 ‘어리보기’라고도 합니다.

(5)생무지(生--): 어떤 일에 익숙하지 못하고 서투른 사람 =생꾼
- 일은 잘 알지만 글은 생무지올시다.
(6)허릅숭이: 일을 실답게 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보기보다는 허릅숭이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긴 하다.
(7)어리보기: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머저리
- 오죽하면 그런 어리보기한테 시집을 가겠습니까?

이렇게 뭔가 모자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 있으면 한편으로는 똑똑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도 있다. ‘다부지다’라는 말이 그런 사람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8)다부지다: 일을 해내는 솜씨나 태도가 빈틈이 없고 야무진 데가 있다
- 그는 일 하나는 다부지게 잘한다.

‘다부지다’와 비슷한 말이 ‘여물다/야물다, 여무지다/야무지다’이다.

(9)야물다:「1」일 처리나 언행이 옹골차고 야무지다
- 그는 일을 참 야물게 처리한다.
「2」사람됨이나 씀씀이 따위가 퍽 옹골차고 헤프지 않다.
- 그녀는 살림 잘하고 야물다고 소문났다.
(10)야무지다: 사람의 성질이나 행동, 생김새 따위가 빈틈이 없이 꽤 단단하고 굳세다
- 고 녀석 참 야무지게 생겼군. / 그는 일을 야무지게 처리하는 사람이다.

‘여물다/야물다, 여무지다/야무지다’가 거의 비슷한 뜻이다. 이렇게 야무진 사람을 가리켜 ‘모도리’라고 한다. 또 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을 ‘슬기주머니’라고도 한다.

(11)모도리: 빈틈없이 아주 여무진 사람
(12)슬기주머니: 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모도리’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샤프한 사람’이 되겠고, ‘슬기주머니’는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재능이 있는 사람을 아이에게 쓸 때는 ‘꿈나무’가 될 것이다.

(13)꿈나무: 학문, 운동 따위에 소질이나 재능이 있는 아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세상에는 투미하고, 트릿하고, 흐리멍덩한 생무지, 허릅숭이, 어리보기들도 있고, 다부지고 여문 모도리나 슬기주머니도 많지만, 우리의 앞날은 꿈나무가 많아서 모두가 행복한 누리가 됐으면 좋겠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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