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무사히 끝났지만 고3 수업은 예년처럼 시간 때우기 식의 파행적인 운영이 올해도 되풀이 될 예정이다.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편법과 무질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로지 수능을 위해 입시지옥을 견뎌왔던 학생들이 수능이 끝난 마당에 수업에 집중할 리 만무하다. 일선 학교에서도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기말고사를 수능 이후에 실시하고 여름방학을 줄여 겨울방학을 앞당기는 등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미봉책에 불과할 따름이다.
학교별로 운영하는 수능 이후 프로그램도 고육책에 불과하다. 초청강연, 체험학습, 체육대회, 취미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다잡아주면 그나마 다행이고 수업 시간 내내 영화를 상영하거나 이마저도 싫증을 내면 스마트폰 게임이나 잡담, 수면 등을 허용하며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능이 끝난 후 수시 전형이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논술, 적성, 면접, 실기 등 대학별 고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 학생을 위해 정상 수업 대신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학교 자체적으로 대학별고사를 대비할 수 없으면 해당 학생이 등교한 것처럼 출석을 인정하고 실제로는 변칙적인 학원 수강을 허용하는 사례도 있다.
고3 교실의 혼란은 복잡한 대입제도에 기인한다. 수시 선발 비중이 확대되며 수능 중심의 정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3 교실의 혼란은 이미 지난 달 중순, 수시 합격자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한 교실에 수시 합격생, 수시 불합격생, 정시 준비생, 대학 포기생 등 다양한 부류의 학생들이 혼재하며 수능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현재의 대입 제도를 조금만 손질해도 고3 교실의 정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즉 수시모집을 12월로 하고 정시모집은 이듬해 1월 초로 미루면 된다. 이에 따라 3학년 2학기 내신을 수시모집에 반영하면 고3 교실의 혼란은 잦아들 수 있고 수능까지 12월 초로 옮겨 시행한다면 고3 교실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