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고 전형 일정 맞추느라
11월부터 정상수업 힘들어
일반고 진학생 상대적 박탈감
중3 교실도 ‘수능 이후 고 3교실’ 못지않게 ‘때 이른’ 파행을 겪고 있다. 중3 학생 절반 정도가 전기고 응시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11월부터 정상적인 교과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이후부터 전기고 입시 준비에 본격 돌입하므로 파행 시기를 ‘11월 이전’으로 봐야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시·도마다 전·후기고 전형일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전기는 11월 중순, 후기는 12월 중순에 잡혀있다.
서울 A중 교사는 “보통 한 달 전부터 전형에 돌입하는 만큼 사실상 10월 중순부터 수업보다 구술면접 등 전형준비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로 상당수 교사들은 학생들이 2학기 중반부터 학습동기를 잃어 정상적인 수업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경기 B중 교사는 “수업시간 전에 휴대폰을 거둬야 하는데도 어차피 수업 중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딴 짓만 하기 때문에 그럴 바에 차라리 휴대폰을 하라고 놔두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는 많은 학생들에게 기능을 잃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반영한다 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전기고 전형요소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이 반영되는 지역의 경우 11월 중순 이전에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말고사 이후부터 사실상 학사 일정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어 학습동기 부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곳은 더 어렵다. 전기고 안정권에 속하는 학생은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이후 ‘자유 시간’이 되므로 학습동기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또 이런 경우 12월초까지 학습 분위기를 끌고 가야 하는 평준화 지역 내 후기고 전형에 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한다.
후기고 전형을 하는 학생의 경우만 놓고 본다면 전기고 전형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문제도 발생한다.
서울 C중 교사는 “한 반에서 전기고 원서를 쓰는 아이와 안 쓰는 아이로 분류되는데, 막상 전기고 원서를 넣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고 안 쓰는 아이들은 열등감을 느낀다”며 “추첨이나 당락의 문제로 친구들끼리 서열이 나눠지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D중 E학생은 “일반고 진학을 결정했는데 친구들이 이달 중순부터 전기고 전형에 임하느라 원서를 넣고 선생님과 상담하는 모습을 보며 소외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12월초부터 전기고 전형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나오면 반 분위기는 더 어지러워진다.
이 때문에 학교현장은 전기고 전형일정 조정, 수업시수 감축 등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F중 교장은 “전기고가 우수학생을 입도선매하려고 일정을 앞당기고 있는데 중3 교실 정상화를 위해서는 되도록 겨울방학 근처로 옮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법을 개정해 전기고와 후기고 일정을 서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