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교육읽기> 빙탄지간(氷炭之間)

2015.12.10 19:39:21

오늘날 학교 교육은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시험과 진학을 위한 암기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고3 수능 이후는 시험공부의 해방기로 그 어떤 교육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교육의 사각지대라 불린다. 이 같은 문제점을 주지하고 있는 교육부는 시·도교육청별 특별장학, 교육청 평가지표 반영 등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 또한 임시방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반복되는 고3 수능 이후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186명)과 교사(45명)를 대상으로 지난 7월과 11월에 12개 항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학교교육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학생은 4.84%, 교사 82.2%로 조사됐다. ‘문화체험(영화, 음악, 미술, 연극 등)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학생 91.9%, 교사 88.9%였다. ‘꿈·끼 탐색주간 운영’(학생 64.0%, 교사 93.3%), ‘학생재능기부 활동’(학생 62.9%, 교사 88.9%), ‘창의교육 활동’(학생 57.0% 교사 93.3%), ‘인성교육 활동’(학생 61.3% 교사 86.7%) 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중 ‘다양한 문화체험’과 ‘꿈·끼 탐색주간 운영’, ‘학생기부 활동’ 등은 현재 우리 학교 고3 수능 이후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각고 끝에 마련한 프로그램이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교사와 학생을 불신의 늪으로 빠뜨리는 느낌이다.

‘수능 이후 고3 교실’ 못지않게 ‘중3 2학기 기말고사 이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3 학생 절반 정도가 전기고 응시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2학기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정상적인 수업조차 진행하기 어렵다. 문제는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학교현장에서는 입시 일정 조정이나, 수업시수 감축 등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 당국이 일선 학교와 대학, 학부모 등과 함께 협의해야 한다.

‘초사(楚辭)’에 “얼음과 숯이 서로 같이할 수 없음이여(氷炭不可以相竝兮)”라는 글이 있다. 이는 한무제(漢武帝) 때 문장과 해학으로 유명한 동방삭(東方朔)이 초(楚)나라 충신 굴원(屈原)을 추모해서 쓴 글 중 일부이다.

지금 ‘중3 2학기 기말고사 이후’나 ‘고3 수능 이후’ 교육은 시간이 지날수록 교사와 학생이 서로 융합하지 못하는 빙탄지간(氷炭之間)을 연상하게 한다.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우리 교육이 언제까지 이를 빙탄지간으로 방치할 것인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주장했던 관중의 지혜가 더욱 필요할 때이다.
송영일 대전 가오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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