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의 전당 연극팀은 5월 30일 진위중고교 밀알관에서 수능대비 고전명작시리즈 두번째로 "이인직 현진건 이효석과 만나다" 란 주제로 이인직의 '은세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공연했다.
은세계[銀世界]는 이인직(李人稙)의 신소설로, 1908년 동문사(同文社)에서 간행된 정치색이 짙은 개화소설이다. 같은 해 11월 작가 자신에 의하여 신소설로는 가장 먼저 원각사(圓覺社)에서 공연되었다.
최병도(崔丙陶)는 김옥균(金玉均)에게 감화되어 구국운동자금 모으기에 힘쓴다. 그러나 탐욕스런 관찰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항거하다 죽는다. 그의 딸 옥순과 아들 옥남은 미국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의병을 만나자 이들을 설득하다가 붙잡혀가는 것으로 내용은 끝난다. 이 작품은 갑오개혁 뒤 개화의식을 반영하고 봉건관료의 부패와 학정을 폭로한 적극적인 주제를 다루었으며, 종래의 가정소설 유형에서 벗어나 객관소설의 새로움을 보여주고 현실감과 풍자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그러나 앞부분의 강렬한 저항정신과는 달리 뒷부분에서는 외세 영합적 순응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운수 좋은 날는 현진건(玄鎭健)의 단편소설로 1924년 《개벽》에 발표된 사실주의의 대표작이다.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는 근 열흘 동안 돈구경도 못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마수로 문안에 들어가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태우고 학생손님을 학교까지 태운다. 정말 운수좋은 날이었다. 그는 자신에게는 모주 한 잔을, 아내에게는 설렁탕 한 그릇을 사 줄 수 있는 돈이 생겨 기뻤다. 나올 때 아내가 몹시 아프다고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는 행운을 잡은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 치삼을 만나 술을 마신다. 취기오른 김첨지는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다르지만 아내의 기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방안에 들어가 누워 있는 아내를 발로 찼지만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인력거꾼의 비참한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운수좋은 날>이라는 제목의 반어적 의미와 극적인 반전이 사회적 주제를 선명히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1920년대 사실주의적 단편소설의 백미로 평가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이효석(李孝石)의 단편소설로서, 1936년 《조광(朝光)》 10월호에 발표되었고, 1941년 5월 박문문고(博文文庫)에서 간행된 《이효석 단편선》에 수록되었다. 작가의 고향 부근인 봉평(蓬坪)· 대화(大和) 등 강원도 산간마을 장터를 배경으로, 장돌뱅이인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 사이에 맺어진 하룻밤의 애틋한 인연이 중심이 되는 매우 서정적인 작품이다.
이효석의 문학세계가 응축된 작품으로 허생원과 나귀와의 융합을 통해 허생원과 동이와의 혈연적 관계를 암시하는 치밀한 구성과 달빛 아래 메밀꽃이 하얗게 핀 밤길을 배경으로, 얽은 얼굴 때문에 여자와는 인연이 없던 허생원의 애틋한 사랑을 형상화시킨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관능적 정서를 고유의 토착정서에 여과시킴으로써 한국 산문예술에서의 시정(詩情)을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였으며, 특히 회상형식으로 이어지는 장돌뱅이 허생원의 애수는 산길·달빛·메밀꽃·개울로 연결되면서 한국정서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