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수업 대단했어요!

2005.06.15 09:28:00

대학입시를 목적에 두고 있는 고3 학생들의 수업은 더욱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수업이 교과서보다는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한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자칫 딱딱한 수업 내용으로 인하여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 모두가 쉽게 실증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기온이 높아지면서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늘어나 덩달아 맥빠진 수업이 되기 일쑤다.

지친 아이들을 수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도 학생들과 다름없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정규수업과 특기적성교육 그리고 야간수업으로 인하여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교사부터 수업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면 아이들도 수업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는 것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리포터는 국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미 교과서의 내용은 모두 마무리했고 요즘에는 언어영역 문제풀이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언어영역을 지도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국어 교과 뿐만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망라한 통합교과적 성격으로 인하여 가르친 만큼 쉽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남학생들은 언어영역의 지문 가운데 현대시만 나오면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무척 까다로워한다. 그러니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아이들을 수업 속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번 시간에 다룰 세 작품은 모두 이별을 주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겁고 어두운 소재에 철학적 내용까지 가미되어 있어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할지 걱정이 앞섰다. 학생들이 시를 어려워하는 것은 시적 언어 속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특성(비유, 상징 등)을 간과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일상 언어로 풀어 설명하되 다양한 예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시의 내용을 분석하던 중, 몇 차례 설명을 해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구절이 나왔다. 행을 세로로 배열함으로써 시적 화자가 느끼는 서러움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몇 년 전에 직접 써둔 시 한 편이 떠올랐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생각나는 대로 칠판에 옮겨적고, 그 시를 쓰게 된 의도와 함께 시각적 표현의 묘미에 대하여 설명하자 아이들은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막힌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호응 때문이지 수업은 더욱 탄력이 붙으며 의도했던 방향으로 나아갔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수업 종료를 알리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아쉽지만 남은 부분은 다음 시간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뿌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 교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 위에 높인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선생님, 수업 대단했어요! 적절한 비유, 최선을 다하는 모습, 정말 감명깊었습니다.^^"

아마도 방금전 수업을 끝낸 학급의 아이가 보낸 듯 싶었다. 한 아이도 졸지 않은 채 수업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데 문자메시지까지 받고보니 행복한 마음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다. 교사는 역시 수업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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