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평가를 받고 또 남을 평가하며 살아간다. 평가가 잘 나와 기분이 좋아지고 삶에 의욕을 얻으며, 또 기대에 못 미친 평가가 나와 실의에 빠져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하면서부터 평가는 시작되어 개인평가, 교육평가, 사업평가, 기관평가, 역사평가 등 하루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평가가 각종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가!’ 하는 구령 소리와 함께 대열이 움직인다. 제일 선두에 걸어가던 사람이 ‘뒤로 돌아가!’ 하는 구령 소리가 남과 동시에 이번엔 제일 후미에서 걸어가게 된다. 무엇이 앞서고 뒷섬인가?
‘저 산 참 높은 산이다.’라고 말을 한다. 낮은 지대에서 산을 쳐다보면 높게 보이지만, 높은 지대에서 산을 내려다보면 낮게 보인다. 어디에서 산을 보느냐에 따라 산의 높고 낮음이 달라진다.
‘나무에 사과가 참 많이 달려 있다.’고 말을 한다. 작은 나무에 100개의 사과가 달려 있으면 참 많이 달려 있어 보이고, 큰 나무에 200개의 사과가 달려 있으면 적게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큰 나무에 더 많은 사과가 달려 있는 데도 말이다.
‘직선의 끝과 끝을 보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선을 휘어지게 하여 끝과 끝을 맞닿게 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가 된다. 조건을 달리하면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 가장 가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안과 바깥도 마찬가지다. 안에서 보면 저쪽이 바깥으로 보이지만 바깥에 있는 사람이 이쪽을 보면 이쪽이 바깥이다.
학업성적 평가에 수 · 우 · 미 · 양 · 가의 5단계의 평가 척도가 있다. 이를 잘 생각하여 보면 아주 재미있고 멋진 표현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秀)는 ‘빼어날 수’요, 우(優)는 ‘우량할 우’요, 미(美)는 ‘아름다울 미’요, 양(良)은 ‘어질 양’이요, 가(可)는 ‘옳을 가’이다. 이는 성적 평가에 있어서 누가 누구를 앞서기보다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일정한 기간, 일정한 부류에 속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기준, 이미 만들어진 사회적 기준에 의하여 세상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일상의 고정관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공정한 평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상은 등급도 없고, 많고 적음도 없으며, 높고 낮음도 없고, 멀고 가까움도 없는 그냥 그대로인 것이다.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구분이 필요하고, 불가피하게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만부득이 평가를 해야 할 때에는 가장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공정하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는 평가를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은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본의 아닌 피해를 입게 되며, 나아가 상호 불신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게 된다.
어떻게 하면 가장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만들 수 있을까?
평가의 원칙과 기준은 만들 때에는 자연의 원리와 이치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진솔한 마음이 바탕이 되어 만든 평가 기준이 디딤돌이 될 때만이 가장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