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아이들과 왈츠를 추다

2005.06.28 16:33:00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비가 온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 1, 2학년 다섯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2교시 후에 있는 자유 놀이 시간인데 장마철이라 밖에 나가지 못하니 실내에서 노는 모습이 안쓰럽다.

생각다 못해 즐거운 생활 시간에는 2학년 노래 중에서 3박자로 된 곡을 연습했다. 마침 오늘이 2학년 나라의 생일이기도 해서 깜짝 공연을 준비했다.

처음 접한 3박자의 곡을 실감나게 배우게 하려고 간단한 왈츠를 만들어 반복 연습을 하게 하니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노래 연습을 다 한 뒤, 쟁반 노래방으로 자기 차례를 익힌 다음, 각자 나와서 노래 자랑하기, 노래에 맞춰 왈츠 배우기, 생일 카드 만들기 등. 짝을 바꿔가며 왈츠를 추다보니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며 내가 더 행복했다.

"노래를 참 잘 하네. 목소리를 더 크게, 입도 더 크게, 박자에 맞춰 몸도 같이 춤을 추면서, 참 잘 하네..."

아이들은 칭찬에 참 약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도 금방 커진다. 아이들의 눈이 그렇게 맑고 투명하다는 것을, 깜찍하고 귀엽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이렇게 아름다운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참으로 감사하게 된다.

색종이에 생일 축하 편지를 쓰는 1학년 동생들도, 생일에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 편지를 쓰는 나라는 생일이면 주는 선생님의 책 선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왕사탕 하나씩 입에 물려주니 아이들의 볼은 혹부리 영감님 모습이다. ‘고맙습니다’ 를 연발하는 요 작은 천사들이 나를 젊어지게 하는 샘물이다.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 어떤 공부로 우리 반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까? 무릎까지 올라온 노란 장화에 우산을 쓰면 장화와 우산만 걸어가는 귀여운 꼬맹이들이 벌써 보고 싶다.

이 산골에도 아이들이 희망이다. 우람한 저 나무들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해 한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모습이 하도 예뻐서 1학년인데도 바이올린을 선물 받았다며 좋아하는 서효가 내일은 더 빨리 올 것 같다. 자기 바이올린으로 연습을 하려고 늦잠도 안 자고 빨리 달려올 것 같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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