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보내며

2005.07.02 10:05:00

6월은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과 동족끼리 총뿌리를 겨누며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한 6.25가 있는 달이어서 호국보훈의 달로 정해 학교에서도 호국보훈 행사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

학교별로 웅변대회, 포스터 그리기, 글짓기(산문, 운문),가족신문만들기, 캐릭터 그리기, 표어짓기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 교과와 관련된 계기교육도 하지만 땅굴, 전방부대, 통일전망대, 전쟁기념관, 안보전시관 등을 직접찾아가서 체험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이 모든 것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국민적인 의지와 노력이며 자라는 전후세대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55년이 되었으니 어려서나마 전쟁을 겪은 세대보다는 전후세대가 더많아졌다. 이산가족이 되어 아직도 그리운 가족을 상봉하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어떻게 보듬어 주어야 하는가 ? 팔순의 노모에게 들은 6.25전쟁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아비귀환이었다. 겨울 피란에 네 살인 나를 등에 업고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눈길을 걸어가시던 어머니께서는 너무 힘들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마당에 자식이 무슨 소용이냐며 버리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장남에 장손인 이 놈을 버리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 힘든 피란길을 죽을 힘을 다해 업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콧등이 시큰하였다. 그때 버렸다면 전쟁 고아가 되었거나 차가운 길거리에서 얼어 죽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우리집 마당에서 큰아버지가 돼지를 잡는 모습, 하얀옷을 입은 많은 피난민이 방안 가득히 앉아 있던 모습, 피난갔던 집에서 밥을 먹던 모습들은 만 3살 때의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6.25 전쟁하면 몇 가지 기억밖에 없는 나였지만 매년 유월이오면 제자들에게 6.25 전쟁에 대한 교육을 했다. 전쟁 영화도 보여주었고, 서툰 글솜씨로 원고를 써서 웅변지도를 하였고, 포스터 그리기, 글짓기 등 나름대로 열심히 지도하였다. 청소년단체를 맡아 지도할 때는 전방견학과 체험을 통한 교육에도 적극 나섰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전후세대 선생님들이 많아서인지, 남북화해가 진행되고 있어서인지 몇 가지 교내 행사로 지나치는 모습이 아쉽게 느껴진다. 군의 기강도 전보다 많이 해이해져 있지 않은가? 전방부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8명의 꽃같은 젊은이들이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지고 말았으니... 그것도 보훈의 달 6월에 ...

6월을 보내면서 교육자들은 국가관, 안보의식, 나라사랑 교육 등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올 유월처럼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는 해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민족의 분단에서 연유된 아픔이요 슬픔이지 않은가. 총이 적이 침공해 올 때 사용해야 무기인데 같은 병사를 향해 쓰여질 때는 흉기인 것이다. 자라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민족과 나라를 사랑할 줄 아는 심신이 건강한 2세를 길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달 7월을 맞이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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