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자리란…

2005.07.07 10:19:00

교원의 업무는 그 양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중요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농작물을 기를 때, 시기를 놓치면 농사를 망치는 것처럼 교육도 때를 놓치면 교육효과가 반감되거나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생각과 감정이 있고 활동하는 학생을 기르는 교육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욕과 열정으로 학생에게 감화를 주어 행동의 변화를 일으켜야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더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가르치는 위치는 편하고 쉽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항상 공부해야하고 자신과 싸우며 외롭고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사명감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이렇게 힘든 일을 천직으로 알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보람을 찾아 일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그동안 격무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맡아서 하던 일 들을 교육 행정 직원에게 많은 부분 넘겨주었고 넘겨주고 있다. 상당부분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이 성숙되어서 교육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공문서처리에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인터넷의 발달로 선생님들의 업무를 상당부분 쉽게 처리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교재교구도 교사가 손수 제작해서 쓰던 과거에 비하면 ICT자료의 보급으로 수업에 활용하고 교수학습도움센터 웹싸이트에 들어가 시간표만 클릭하면 지도내용과 자료를 활용하여 판서 없이 화상과 동영상을 활용하여 수업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호롱불아래서 교사가 직접 써서 시험문제를 내고 등사판에 인쇄를 하여 시험을 보던 50~60년대에 비하면 눈부신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소풍도 풍속도가 바뀌었다. 친구들과 손잡고 논둑을 걸어가 개울을 건너고 강가의 그늘에 모여앉아 동요를 부르며 수건돌리기를 하고 학년별 장기자랑, 보물찾기를 하던 모습은 보기 드물고 대부분 관광버스를 타고 유적지나 놀이공원에 가서 하루를 보내고 온다.

한 달 가까이 연습을 하여 목이 쉬도록 응원하던 옛 운동회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벤트사에 맡겨서 놀이형태의 명랑운동회로 하루를 보내는 학교도 점점 늘고 있다.

야영수련회도 학교운동장이나 야영장을 찾아가 직접 천막을 치고 서툰 솜씨로 밥을 해먹으며 선생님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거리를 만들었는데 전문 야영수련시설에 들어가 식당에서 해주는 밥을 먹고 수련시설에서 잠을 자고 활동프로그램이나 게임, 오락도 강사에게 맡겨서 하고 선생님들은 뒤로 물러서 관리만하고 있는 학교가 많아졌다. 과거에 비하면 얼마나 편해졌는가? 평소 수업하느라 힘들었는데 이럴 때 만이라도 좀 쉬어야하지 않는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린이들과의 인간적인 만남은 교실보다 소풍장소에서, 운동회 날 야영수련회 때가 더 좋은 기회이고 선생님과의 오랫동안 남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왔는데 이 기회가 단절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한 두 시간, 하루 이틀만, 만나는 강사들에게 선생님의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특기적성교육도 외부강사에게 상당부분 넘겨주고 있다. 이것저것 다 넘겨주고 네모난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만 가지고 있으면 되겠는가? 이 모든 것은 편해지고 싶은 선생님들의 생각과 이를 이용하는 상업성 때문에 우리 것을 쉽게 넘겨주고 있는 것 같다. 이 다음에 우리가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겠다.

힘든 학교행사를 우리교원이 학생들과 직접지도 하려면 전문기능을 가진 선생님을 제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에게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어야한다. 그래야 신나서 열심히 지도한다. 지역별로 전문기능을 익힌 선생님들로 팀을 구성하여 교원자격이 없는 일반강사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맡아서 교육적으로 지도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어떤 역할이든지 맡아서 지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권리와 권한을 쉽게 넘겨주거나 포기해서는 선생님의 자리만 좁아질 뿐이다. 앞으로 보수체계가 계약제로 될 경우를 생각해보자 선진국처럼 방학동안에 보수가 없어지면 그들처럼 버스운전을 하던가. 소득을 쫒아서 동분서주해야 할 때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편하게 살수 있는 세상에서 왜 힘들게 살려고 하는가? 과거로 되돌아가려고 하는가? 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너무 편한 것을 택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설 자리는 좁아져 있고 잃어버린 자리를 다시 찾기는 몇 배의 힘이 든다.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스승의 길은 외롭고 험난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지 않는다. 편한 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 우리의 자리가 더 중요한 것인가? 크고 넓게 보자! 그리고, 당장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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