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사건, 지방의 초등학교 교사가 시험문제를 학원장에게 유출한 사건 등이 찌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2세 교육에 열정을 바치는 대다수의 교원들에겐 짜증이 아닐 수 없다.
꽤 오래전 예비군 훈련을 받을 때 본 일이 생각난다. 연병장에서 몇 미터의 간격을 두고 뙤약볕아래 장병들이 시험을 치루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나 커닝을 지능적으로 하기에 연병장에서 서로 볼 수 없는 간격을 두고 팬티만 입힌 상태에서 지휘관의 엄한 감시 하에 시험을 치루고 있는가? 이렇게 시험을 치루면 얼마나 공정할까? 공정하게 평가하려는 지휘관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고 조금은 지나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자세히 바라보니 어디에 감춰두었는지 그 상황에서도 커닝 페퍼를 손에 쥐고 몰래 보는 것이다.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인위적인 통제로는 커닝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수험자의 마음자세가 자기실력대로 공정하게 시험을 치르겠다는 양심과의 약속이 있어야지 시험부정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감독 시험을 실천하는 학교가 가끔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는데 장려할 만한 교육적 가치가 있는 방법이다. 좋은 점수를 받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기발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 데는 당할 재주가 없는 것이다.
커닝페이퍼는 이제 원시적인 방법인가? 수능시험에 첨단 기기인 휴대폰 문자메세지로 시험부정을 저지르는가 하면 공정한 시험관리를 책임지는 교사나 학교장이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시험지를 빼돌리는 범법을 저지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점수를 잘 받았다고 치자. 사람은 누구나 양심이 있다. 양심에 거스른 일을 했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좋은 점수와 내신 등급을 잘 받은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여 과연 학업을 수행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는가?
가장 평범한데 진리가 있듯이 정직한 마음으로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마음 편하게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공의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부정을 저지르면 앞날이 어둡다는 것은 예견된 일인데도 눈앞의 유혹에 양심을 파는 일은 이제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문제는 수험생인 학생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나쁜데 이를 감독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자리에 있는 학교장이나 교사가 시험부정을 저지르는 현실 앞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시험부정은 채점이 용이하고 객관성이 있는 객관식 선택형의 시험이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논술 같은 주관식 문제는 문제만 유출되지 않는다면 커닝이 어렵지 않은가? 언제나 시험부정이 없는 세상이 오려는지? 교육가족 모두가 자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