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세상'은 이제 시작이다

2005.08.13 09:26:00


8월 12일 오전 10시 35분. 택배 회사로부터 박스 세 개가 배달되었다. 지금까지 틈틈이 쓴 습작을 모아 쓴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되어 내 손에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설렘으로 박스 하나를 개봉하자 빨간 책표지 위에 하얀 글씨로 쓰여진 ‘내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책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이름 석자가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오랜 기다림 끝에 펴낸 책이기에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펼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한편으로 이 책을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아스라이 떠올려졌다.

퇴근하여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좌판을 두드리며 교정을 보면서 내심 포기하고픈 생각마저 든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아내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며 위안을 해주기도 하였다. 사실 이 기쁨을 누리기까지는 아내의 내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한 달 가량의 교정이 끝난 후, 마지막 작업이 남았다. 그건 바로 책제목 선정이었다. 평소에 책을 내면 생각해 온 제목들이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서너 개뿐이었다. 그것마저 모두 추상적인 의미라서 출판사로부터 다른 것으로 재고해 보라는 연락도 여러 번 받기도 하였다.

책제목을 정하기 위해 잠을 자다가 불쑥 일어난 적도 있었으며, 운전중에도 그 생각으로 하마터면 사고를 낼 뻔한 적도 있었다. 우스갯소리지만 철학관까지 찾아 갈 생각마저 하였다. 마지막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 화백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교정을 거닐다가 한 생각이 떠올랐다. 교직에 환멸을 느낀다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어느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 선생님은 매스컴에서 선생님을 매도하는 뉴스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교직은 ‘내가 꿈꾸는 직업’이 아니라며 입버릇처럼 내뱉곤 하였다. 어쩌면 그 선생님의 넋두리가 책제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는지 모른다.

사실 선생님으로서 내가 꿈꾸는 세상은 평범하다. 선생님 모두가 존경받고 대접받는 그런 세상이다. 약자가 보호받고 정의와 진리가 살아 숨쉬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어야 할 미래의 주역은 바로 청소년이다. 따라서 선생님은 청소년이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겉표지를 펼치자 화려하지 않는 나의 프로필이 깨알만한 글씨 크기로 피력되어 있었다. 또 한 페이지를 넘기자 총 6장 230쪽에 이르는 목차가 3쪽 분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책으로 엮어진 내용 하나 하나를 차근하게 읽노라니 왠지 새삼스러웠다. 순간적으로 그때 당시의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교차되어졌다. 어떤 내용에서는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하였고, 또 다른 내용에서는 옛 생각에 잠겨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데 한참이나 걸리기도 하였다.

글을 쓰는데는 동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의 경우에는 한교닷컴과의 인연이 아닌가 싶다. 처음 기사를 낼 때에는 채택되지 않는 내 글을 보면서 부족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여러 선생님들의 기사를 보면서 내 기사가 너무나 부족하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쉽고 어려운 일은 없다고 본다. 솔직히 내가 쓴 글들은 수작(秀作)이 아니다. 다만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생각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워가며 글을 쓰고 싶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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