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2005.08.16 14:32:00

요즘 마침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제 저녁이었다. 우리 반 모 여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 그 여학생은 아무런 말없이 울먹였다. 그리고 잠시 뒤, 수시 모집 1단계에 떨어진 것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성적이 상위권인 그 학생은 담임 선생님인 나의 자신감을 믿고 1단계는 무난히 합격하리라 생각했는지 그 실망감은 더 컸다. 문득 지난 달 그 여학생과 원서를 쓸 때의 일이 생각났다. 원서를 쓰면서도 그 학생은 불안한 탓에 자신이 1단계 합격 여부를 재차 물어보곤 하였다.

나는 그 아이의 질문을 일축시키며 자신 있게 2단계나 신경쓸 것을 강조하며 핀잔을 주기도 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아이의 현재 성적으로 보아 1단계 정도는 충분히 합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이후, 그 여학생은 비싼 과외까지 받아가며 2단계 준비를 해온 터였다. 그 아이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내 예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화 상으로 계속해서 흐느끼는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선생님, 저 이제 어떡해요?”

마치 그 말이 나를 원망하는 소리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나는 간신히 그 아이를 달래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원서를 접수하기 전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수능 100여일 남겨놓은 지금. 이 아이의 후유증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이 아이를 비롯하여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을 위해 해줄 위안의 말을 준비해야 한다. 합격한 학생에게는 축하를 떨어진 학생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낌없이 해주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무튼 나는 그 여학생으로 인해 좋은 경험을 했다는 사실 하나에 위안을 삼기로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시 모집 2차, 정시모집에서는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되기를 다짐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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