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보험회사가 아니다

2005.09.09 00:33:00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가 끝났다. 3학년 담임선생님은 수능원서 작성이 끝나고 쉴 겨를도 없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수시 모집 2차 전형을 준비해야 한다.

이에 각 대학에서는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가 대대적으로 시작된다. 어떤 날은 하루에 3개 이상의 대학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입시 홍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를 찾아 온 손님이기에 마지못해 홍보에 귀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어떤 때는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물론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학교를 다니면서 해야만 하는 대학관계자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좀더 현실성을 고려한 입시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때는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와 보면 책상 위에는 각 대학의 학교 홍보물과 책자로 수북히 쌓여져 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대학관계자는 명함을 건네며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린다. 묻지도 않은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3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잠깐이나마 휴지(休止)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수많은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사용하여 설명을 함으로써 오히려 실속이 없는 학교 홍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있어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대학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에 대해 담임선생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대학 관계자가 한 이야기만 듣고 입시 지도를 했다가 큰 낭패를 본 경우도 있었다. 전액장학금을 준다는 대학 관계자의 이야기만 듣고 선생님은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한 학생에게 진학 상담을 해 주었다. 학생은 선생님의 뜻에 따라 그 대학에 진학을 하였다. 그런데 입학해서는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피해를 본 당사자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학교를 그만두었고, 재수를 하여 다른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학교 관계자의 말만 믿고 진학 지도를 한 선생님의 잘못이라고 본다. 그리고 무조건 학생만 선발하면 된다는 식의 대학 관계자의 감언이설(甘言利說)도 문제라고 본다. 매년 줄어드는 학생 수와 구조조정에 따른 대학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을 담보로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학은 보험회사가 아니다. 학생들이 진리를 탐구하고 연마하는 상아탑(象牙塔)으로 대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모든 대학은 대학마다 건학 정신과 이념이 있다. 지금 그 이념과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학교 홍보를 하기 앞서 다시 한번 대학의 설립 이념을 되새겨 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