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信賞必罰)

2005.09.23 23:47:00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알게 모르게 상 받을 일을 하기도 하고, 벌 받을 일을 하기도 한다. 요즈음의 사회 풍조가 상(賞을) 주거나 칭찬은 곧잘 하면서도, 꾸중이나 벌(罰)을 멀리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을 받거나 칭찬을 받으면 좋아한다. 상이나 칭찬은 기분을 좋게 하고 살맛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땅히 벌을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못 본 척 방관하고 쉽게 묵인해 버린다면 사회는 기본 질서와 가치를 잃고 혼란스럽게 되어 버린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상이 제정되고 수여되고 있어 상의 홍수 속에 파묻혀 있는 것 같다. 정말 상 받을 만한 일을 하여 상을 받고 있는가?

상이 남발되다 보면 상의 가치가 떨어지고 상이 별것 아닌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상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라,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아야 가치가 있다. 상 받을 공적이 없는 데도 주어지는 상이나, 나주어 먹기 위한 상은 상에 대한 의미를 흐리게 한다.

상은 복권 당첨이 되듯 요행이 있어서도 아니 되며, 상은 자신이 행한 업적이나 공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 결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어야 한다. 상과 벌이 잘못되어 빚어진 역사의 비극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벌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둘 다 괴롭고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렇다고 꾸중이나 벌을 멀리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은 옳고 그름, 그 자체의 분별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벌도 한 개인의 인생을 바꾸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적정한 수준에서 따끔하게 내려지는 벌! 벌을 받는 순간, 잘못을 뉘우치며 두 볼에 흐르는 진한 눈물은 상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긍정적인 교육도 매우 중요하지마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고 반복된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하는 벌의 교육도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벌이 없어진다면 이 사회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자연법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어 수많은 성문법들이 생겨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대 사회의 벌은 인과응보형으로 벌이 매우 무거웠으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벌이 가벼워지고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면 사회는 기본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도덕이나 법을 어겼을 때 그에 상응하는 마땅한 벌은 당연하게 내려져야 한다.

'죄는 미워하여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잘못을 저지른 인간을 미워하지 말고 잘못에 대한 적정한 교정을 통하여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상과 벌은 삶의 기본이요 교육의 기본이다. 잘한 일은 상을 주고 격려하며, 잘못한 일은 거기에 상응하는 벌을 주어 자신의 언행에 대해 마땅하게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바른 인성이 길러지고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병렬 포여중,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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