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1>

2005.11.21 09:39:00


50대 이상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농촌에 인구가 많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초가집에서 살았다. 가을이 되면 벼 타작을 하고난 짚으로 엮은 이엉으로 지붕에 새 옷을 입히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초가에서 많은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땔감이 나무였던 그 시절 초가지붕위로 솟은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추억 속에 사라져 버렸다.

70년대 초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면서 “초가집도 없애고” 하는 새마을 운동 노래가사처럼 우리주변에서 초가집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민속촌(마을)이나 드라마 촬영장에나 가야 초가를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겨져 있는 부드러운 선으로 덮고 있어 겨울철 보온의 효과가 높았던 것 같다. 겨울철 하얀 눈이 초가지붕을 덮은 모습은 동화속의 나라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청풍문화재 단지로 문화체험학습을 가는 날 따라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모 방송국의 드라마 촬영장을 둘러보다가 마침 초가 지붕에 이엉을 덮는 장면을 보고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지붕을 새로 덮는 날은 팥죽을 쑤어 맛있게 먹던 일이며 어른들이 볏짚으로 이엉 엮는 모습, 새끼 꼬던 모습, 용마루에 얹을 이엉으로 마무리를 하고 나면 황금 옷을 입은 새집으로 변한 모습을 보면서 겨울 준비를 하던 생각이 새로워진다. 밖에 묻은 김장독을 싸는 원뿔모양의 가리개도 짚으로 만들었다. 한겨울 지붕 추녀 밑으로 새들이 굴을 만들어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보고 밤에 손전등을 들고 새를 잡던 청년들의 짓궂은 장난도 있었다.

이런저런 추억 여행을 하면서 초가에 올라서서 새끼줄로 지붕을 싸매려는 일꾼들의 모습이 60년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사진을 찍었다. 사다리를 타고 이엉을 어깨에 메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모습, 봄이면 초가지붕에 박씨를 심어 덩굴을 지붕으로 올리면 흥부네 집처럼 하얀 둥근 박이 주렁주렁 열려서 박속은 나물로 해먹었다. 반쪽으로 잘라 만든 박은 잘 깨지는 단점은 있지만 자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던 바가지도 사라져간 물건이다. 겨울철 쌓였던 눈이 녹아내려 고드름이 되어 추녀 끝에 매달리면 손을 호호불면서도 얼음과자처럼 먹던 추억에서 우리 조상들의 삶의 일면을 볼 수 있었던 어린시절의 기억들이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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