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장으로 아이들을 보내며

2005.11.23 12:43:00


어젯밤 아이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늦게 일어날까 봐 자명종 시계를 5시에 맞추어 놓고 깜박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5시였다.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고사장으로 나섰다. 아직도 아파트 단지는 어둠에 깔려 있었다. 찬바람이 불기는 했으나 예년에 비하면 포근한 날씨였다.

우리 반 아이들이 시험을 보게되는 고사장은 2곳이었다. 그래서 아침에는 여학생이 치르는 고사장으로, 저녁에는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남학생에게 가보기로 하였다. 고사장에 도착을 하니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은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1.2학년 후배들이었다. 아이들은 교문을 중심으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 2시부터 이곳에 와 있었다고 하였다.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응원전이 이제는 수능 당일 하나의 볼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응원전을 펼치지 말자는 여론도 있으나 모교와 동문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수능 추위를 녹일 만큼 뜨겁기만 하다.

아침 7시. 날이 밝아오자 여기저기서 수험생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후배들의 응원이 시작되었다. 후배들은 ‘오! 필승 OO고’, ‘수능대박’, ‘잘 찍어 주세요’, ‘재수없다’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응원가와 함께 모교의 선배들을 격려하는데 열을 올렸다. 선생님들 또한 제자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용기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담임선생님들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시험을 치르는데 필요한 준비물(수험표, 신분증, 시계 등)이 빠진 것이 없는지를 챙겨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오늘만큼은 한결 같았다. 교문 앞에서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자식이 못미더운 듯 자식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기도 하였다.

7시 30분. 입실 시간이 다가오자 교문 앞은 수험생들로 북적이기 시작하였다. 각 학교에서 나온 후배들의 응원전이 가열되었다. 모 방송국의 취재진이 촬영을 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자 아이들은 북과 징을 더 힘껏 두드리며 선배들을 격려하였다. 선배들은 후배들이 준비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잠시나마 긴장을 푸는 듯 하였다. 잠시 뒤 후배들은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을 향해 거수 경례를 하며 힘차게 “선배님, 시험 잘 보십시오.”라고 외치기도 하였다. 열심히 응원을 한 탓인지 몇 명의 아이들의 이마 위로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기도 하였다.

8시. 아이들의 입실 완료시간 10분을 남겨놓고 몇 명의 수험생들이 택시에서 내려 부리나케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각반의 담임 선생님은 확인을 하지 못한 몇 명의 아이들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였다. 다행히도 다른 아이들로부터 확인을 하고 나서야 그제야 안심을 하는 듯 하였다.

8시 10분. 교문을 닫기 위해 몇 명의 학교관계자가 교문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서서히 교문이 닫히자 수험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온 학부모, 학생, 선생님 모두가 교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교의 교가를 합창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수능이 대학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아이들이 모교를 사랑하고 선후배간의 결속을 다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8시 20분. 마침내 교문이 굳게 닫혔다. 못내 아쉬운 듯 몇 명의 학부모만 자식이 시험을 치르는 고사장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우리 아이들 모두가 시험을 잘 치르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며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저녁에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 모두가 환하게 웃고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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