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사학법' 관련 사태를 보니···

2006.01.11 09:07:00


나이는 그다지 먹지 않았지만 살다보니 '별 꼴' 다 본다. 기가 막혀 웃음도 안 나온다. 사학에 대해 칼자루를 쥐고 정부가 비리사학 척결, 일벌백계주의 등 두 눈 부라리고 엄포, 공갈, 협박 내지는 회유, 과잉대응하는 것을 보니 치졸하기까지 하고 한편 불쌍하게 느껴진다.

정부와 여당이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하여 한목소리로 학습권(學習權) 수호를 다짐하고 나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교육부, 국정홍보처, 감사원, 시도교육청, 경찰, 검찰 등 동원할 수 있는 기관은 다 동원하여 쌍심지를 켜고 서슬 퍼렇게 나오니 사학은 꼼짝할 수 없이 백기투항해야 할 상황이다.

학습권 침해, 당연히 막아야 한다. 정부나 국민이나 교원 모두 학습권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 이번 참여정부의 '학습권 수호' 주장, 틀린 것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사학도 국민의 눈이 따가워, 학생을 볼모로 삼는 자신들이 교육자적 양심에 부끄러워 신입생을 받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항상 국민의 편에 서서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평상 시에도 감시, 감독활동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정부의 할 일이다.

까놓고 이야기 해 보자. 그래 누가 학습권 침해를 밥먹듯이 해 왔는가? 나이스(NEIS) 문제로 연가 투쟁을 몇 년간 물고늘어지고 얼마전에는 반APEC 동영상자료로 편향교육을 일삼더니 새해 들어선 '수준별 이동수업' 반대 투쟁을 선언했다. 바로 전교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고교 평준화를 고집하고, 3불(3不·본고사 고교등급 기여입학 금지) 정책은 금과옥조인 양 받들고, 자립형 사립고의 추가 허용을 거부하고···. 이것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래, 코드 맞는 자기편들이 학습권을 침해하고 헌법을 어길 때에는 슬그머니 넘어가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아예 모르는 척 넘어가고 상대방이 어길 때에는 '헌법적 기본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국회에서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학법을 통과시킨 것은 입법부의 질서를 망가뜨린 것은 아닌지? 그게 다수 여당,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할 짓인지?

개정 사학법에 독소 조항을 넣어 놓고 시행령에서 바로 잡으면 된다는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의 주장. 이것은 개정 사학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닌지? 이것은 누구의 말대로 '상수원에 독약을 풀어 놓고 가정에서 정수기를 쓰면 해결된다'는 '눈 가리고 아웅'은 아닌지?

이번 사태를 보니 정부는 개정 사학법이 아닌 기존 사학법으로 사학을 무릎 꿇게 하였는데 이것만 보아도 사학법 개정을 밀어붙인 명분은 사학 비리 근절이 아니라 정치적인 다른 목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청와대의 사학 비리 전면 조사 지시를 계기로, 기존의 법으로도 비리 시정이 가능함을 증명하였으니 하는 말이다.

차제에 대통령과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 정부와 여당, 전교조와 그 지지단체들이 학습권 문제를 제기한 김에 아예 정권과 전교조가 위협하는 학습권의 실체를 밝히고 교육의 근본문제를 드러내놓고 공론화하는 것은 어떨는지? 과거에 행했던 학습권 침해 잘못,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까지하면 더욱 좋고. 그리고 사학 비리는 현행법에 따라 철저히 감시 감독하여 소생 불가능한 사학은 퇴출시키고 개정 사학법은 발효 이전에 건전사학과 교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위헌적 요소와 독소 조항은 제거함과 동시에 야당과 합의로 재개정하는 것이 어떨는지?

더 이상 교육경력 30년차 리포터 입에서, '별 꼴 다 본다' '기가 막힌다'는 이야기 나오지 않게 하였으면 한다. 그것이 바른 국정(國政) 운영이기에 하는 말이다. 주제 넘은 충고라해도 할 수 없지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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