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아, 따분하다. 정말 따분해. 따분하긴 뭐가 따분해? 매달 17일 꼬박꼬박 돈 나오겠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학기말 방학까지. 푹 쉬다 지친 그대들은 떠나지, 해외 방방곡곡으로. 니들이 게 맛을 모른다고 해도 이런 맛은 충분히 알잖아. 모르는 소리 말라구. 하루하루가 똑같이 굴러가는 게 얼마나 넌덜머리가 나는데. 너희들이 아직 배가 덜 불렀구나. 그러니까 교직이 철밥통이라는 소리나 듣는거야. 철밥통? 그래, 철밥통이지. 그치만 우리도 그만큼 애쓰고 있다구. 매일매일 공문처리하지, 수업해야 되지, 그 많은 아이들 일기검사도 해줘야지..
끼어들기...
도저히 귀를 막지 않을 수가 없군요. 뭐가 그리 불만이십니까? 지루한 일상이 싫으시다구요? 수업만 하고 싶다구요? 그러기 전에 내가 교사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 보시죠. 혹시 교장선생님 앞에서 두 손바닥만 문지르고 계셨나요? 아님 단 몇 분이라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셨나요?
항의...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가뜩이나 공문 때문에 머리 아픈데 말이에요. 우리를 비난하기 전에 교육에 투자나 좀 하세요. 영양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공문 담당직원이나 뽑으라죠.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가 교재연구를 왜 안 하겠어요?
교육부...
자, 다들 조용히 좀 하세요. 내년 2학기부터 당신들을 평가하겠습니다. 아마 이제부터는 따분하지 않을 거예요. 반항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어차피 밥그릇 싸움이라고 손가락질이나 받을 테니까.
교육부가 교원평가제 실시에 따른 의지를 밝혔다. 당연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교원평가제를 반기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다. 물론 기존의 평가방식인 근무평정제가 있긴 했지만, 결과가 비공개였고 승진자료로만 이용되어 수업은 뒷전, 연수는 열심인 현상을 야기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교원평가제의 시행은 교사들에게 매우 신선한(?) 자극이 될 거라고 예상된다.
교원평가제의 시행에 따른 가상현실
교육부는 이르면 내년에 교원평가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07년부터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2007년 5월 어느 날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씨는 최근 담임교사의 달라진 모습을 생각하면 여간 즐겁지 않다. 학교의 인터넷 온라인 학급을 통해 묻는 질문에 항상 친절한 답장을 써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5학년 때만 해도 답장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으로 상담은 물론 아이의 학교생활을 한 눈에 파악하고 있다는 이웃집 엄마의 자랑을 생각하면 서운하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내 아이를 무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항의 한 번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담임은 교원평가제를 의식해서인지 학기 초부터 무척 열심이다. 김씨는 담임교사의 열성과 노력을 공개수업을 통한 교사평가에 반영하기로 하고 교사의 활동을 꼼꼼히 메모하고 있다.
교원평가제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교사들의 생각을 깨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사가 되기까지 교직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수업을 이끌어가던 교사들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가지고 있던 열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원래 그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일깨워 주는 데 교원평가제가 한 몫 할 거라고 본다.
또한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에 대한 만족감도 커질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교사의 수준을 향상시킨다면 교육 전체의 수준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
2007년 9월 사립 고등학교 교사인 박모씨는 예상치 못했던 고민에 빠졌다. 박 교사를 대하는 다른 동료 교사들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른 탓이다. 2006년만 해도 교과연구를 위해 의논도 하고 함께 여가도 즐겼던 교사들이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만 지난 6월 실시한 공개수업에서 독특한 수업방법으로 학부모들의 박수를 많이 받은 것이 전부였다. 자신이 동료교사들 사이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그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평생 어울릴 수 없는 이 학교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생각에 심각하게 전직을 고려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교원평가제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가 동료 교사의 눈에는 평가를 의식하는 교사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원평가제의 문제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 학생들과 학부모까지도 평가자에 포함시킴으로써 무조건 인기 있는 선생님, 잔소리 안하는 선생님, 맛있는 거 잘 사주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공개수업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평가를 해야 하는 학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도 ‘보여주기식 수업’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올바른 해답은 무엇인가?
사실 교원평가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교원평가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각국 정부에 현직교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교원평가제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얼마나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교장, 교감, 동료교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 학기에 한두 번 공개수업을 참관하여 교사를 평가해야 하는 학부모들은 어떠한가?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아이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교사들의 상호평가 또한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부는 교원평가제의 이른 시행을 지양하고, 부족한 점을 좀 더 보완하여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가르침이라는 행위가 이제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확신을 가진 교사는 심판대 위에 오르더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안다. 교원평가제가 어찌됐건 예비교사인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준비된 교사가 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