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바른 전화 한 통

2006.05.01 08:07:00

여러 선생님, 지난밤에 편히 주무셨습니까? 저는 어제 잠을 잘 못 잤습니다. 새벽 2시 반에 잠이 깨었는데 그 때부터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이것 저것 생각만 했습니다. 물론 학교 생각이죠. 잠 잘 자는 것도 큰 복 중에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아침입니다. 지금은 무척 피곤합니다. 잘 적에는 아침 6시까지 푹 자려고 생각하고 누웠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한 선생님께서 병가를 내셨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그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으시고는 지금까지 이렇게 예의바른 선생님을 처음 봤다고 하시면서 매우 기뻐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저도 같은 전화를 받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매우 미안해하시는 음성으로 ‘죄송합니다. 오늘 몸이 불편해 하루 쉬어도 되겠습니까?’ 였습니다. ‘당연히 쉬어야지요. 하루 편히 쉬세요.’라고 말했지요.

전에는 선생님께서 병가를 내실 때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장 선생님이나 동료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으로 끝내는가 하면, 전화를 하더라도 ‘오늘 몸이 불편해서 쉬어야 되겠습니다.’ ‘오늘 몸이 불편해서 쉬겠습니다.’였는데 이런 전화를 받았으니까 당연히 기뻐하셨겠죠. 선생님의 예의바른 모습을 닮아 많은 학생들이 예의바르게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동일시대상으로 여기니까요.

지난 토요일 상가(喪家)에 갔다가 학교에 오니 오후 3시쯤 되었습니다.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지만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이 생각나서 교실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3학년 학생들은 교실에서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학생이 있는 곳에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이. 그 중에는 갓난애를 친정에 맡겨놓고 토요일이면 남편과 함께 대구에 가야 하는데 가지 않고 열심히 지도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토요일이면 다른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일찍 가라고 했는데도, 부장 선생님께 일찍 보내드리라고 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1학년 학년실에 들렀더니 한 젊은 여생님께서 토요일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두 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계셨습니다. 자기나 가족의 이익보다 학생들의 유익을 더 먼저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는 두 분 선생님의 모습은 산수유의 아름다운 꽃보다 더 아름답고 더 산뜻해 보였습니다.

얼마 전 교원 운영위원 선출을 앞두고 소견발표를 하는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는 더욱 희망을 가졌습니다. 선배 선생님을 배려해 사퇴하는 양보정신, 학교의 발전을 위해, 서로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담임 선생님의 복지를 위해, 교육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선생님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다 학교를 위해, 학생을 위해, 선생님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해는 더욱 멋지게 학교가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선생님들로부터 받는 감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학부모 총회 및 간담회 준비를 아침 7시부터 준비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는가 하면, 교문지도를 위해 남편 애들 뒷바라지를 마다한 채 7시 30분부터 출근하여 지도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는가 하면, 당번이 아닌데도 초기에 학생들이 자습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남아 계시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상담을 위해, 업무를 위해, 자습지도를 위해 교실에서 함께 동행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누가 시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자발적으로 하시는 모습들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며 우대하는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자기 일만 하라’는 말씀이 귓가에 맴돕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교육애, 교육철학, 교육하는 열성이 있는가를 살피기 전에 자신이 그런 것이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싱싱한 고기를 칼질하는 요리사와 같이 남을 칼질하는 자세보다 모난 부분을 대패질하는 목수와 같이 자신을 다듬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울산여고’라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은 정말 귀하십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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