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랑합니다 !

2006.05.14 14:44:00

T.S 엘리엇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오늘을 사는 많은 젊은 아버지, 어머니들은 가장 행복해야 할 가정의 달 5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어린이날 애들에게 음식이랑, 선물이랑, 여행으로 인해 돈이 많이 들어가고, 어린이날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버이날이 찾아와 부모를 찾아뵙든지 선물을 하든지 하여 돈이 많이 들어가며, 또 얼마 되지 않아 스승의 날이 기다리고 있으니 애들을 맡은 선생님들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 할까 하면서 부담을 주기도 하고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식을 키우는 젊은 아버지,어머니들은 5월이 부담스럽고 짜증스러울 겁니다. 무엇 때문에 가정의 달을 만들었으며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만들었느냐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거기에다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평소에 부모가 자식에게 잘못해 준 것 생각하면서 부모에게 섭섭함을 나타내면서 부모를 존경하기보다 증오하는 마음까지 드러내곤 합니다. 평생 지울 수 없는 못을 부모의 가슴에 박아 상처를 남겨 둡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승의 날을 앞두고는 몇몇 학부모들이, 언론인들이, 기타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력하고 유명하다고 자처하는 분들이 선생님들이 잘 되는 것 배가 아파, 선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선물 값 때문에, 또는 불순한 의도 때문에 선생님에게 대한 존경보다는 멸시를, 감사는커녕 온갖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선생님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곤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식들에게는 선생님들의 말과 행동의 실수로 인해 학생들의 가슴에 ‘SCAR-상처'를 남기기를 원치 않습니다. ‘STAR-별’이 되도록 격려하고 칭찬해 주기를 은근히 바랍니다. 하지만 그들은 선생님들에게 온갖 ‘SCAR-상처'를 남기며 영원히 빛나는 ‘STAR-별’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심보는 무슨 심보입니까? 그게 바로 놀부 심보 아닙니까?

평소에 조용하던 선생님들의 비리가 왜 하필이면 스승의 날이 가까워 오면 언론에서 대서특필됩니까? 이렇게 속이 훤히 내다보이는 말과 행동들은 이제 신물납니다. 제발 이러지 마셔야죠. 순수하게 자라나는 학생들이 못된 것 배우면서 자랄까봐 걱정됩니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은 순수합니다. 그네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절로 감동이 일어납니다.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압니다. 감사를 압니다. 은혜를 압니다. 입에서 선생님을 존경하는 노래가 나옵니다. 아름다운 몸짓이 나옵니다. 아름다운 눈빛이 더욱 빛납니다. 카네이션 꽃을 선생님들에게 달아줍니다.

어떤 반에는 스승의 날 휴업을 한다고 하니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선생님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납니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니 어느 반에서는 중앙현관 들어서기 10미터 전부터 길바닥에 안내표시를 붙여놓았습니다. 정연택 선생님, 이쪽으로!, 다음 종이에도 마찬가지, 계속해서 안내표시가 있는 곳을 따라가 보았더니 중앙현관에 있는 대형거울에 전지 한 종이에 학급 학생들이 ‘선생님, 사랑합니다’를 비롯하여 각종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담긴 글들이 가득 차있었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안내표지를 따라 가보았더니 그 반에는 책걸상을 ‘ㄷ’자 모양으로 정리해 놓고 바닥에. 천장에 풍선을 달아놓고 케이크를 준비하며 각종 담임선생님 맞이하기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른 반들도 비슷했습니다.

이번 스승의 날을 앞두고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어둠 속에서 제 가슴 속에 가장 크게 다가오는 낱말은 역시 ‘감동’입니다. 선생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학생들의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 그것이 하나의 아름다운 꽃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학교에는 조팝나무가 하나 있는데 나뭇가지 쌓인 눈꽃처럼 하얀 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감사의 마음이 조팝나무의 하얀 꽃이 되어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들에게 선물이 되어 주니 그 어느 선물보다 값지고 빛이 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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