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보다는 전문지식이 우선

2006.05.24 09:22:00

얼마 전 수업시간 교실을 둘러보는 가운데 한 젊은 여 선생님께서 자신감을 갖고 힘 있게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런 힘이 어디에서 나올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아마 자기 과목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예비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학생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존경의 소리를 들으면서 본인 자신도 행복해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본의 이쿠시마 아키라 토요타 공업대 학장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교수가 최고여야 학생도 최고 된다’며 ‘교수가 그 분야의 첨단에 서 있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엉뚱한 것을 가르치게 된다’라고 항상 강조했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엉뚱한 것을 가르치지 않기 위해 밤낮 연구하는 선생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학교 한 선생님은 자기가 어느 선생님보다 가장 수업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습니다. 아마 이 선생님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자기 과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 수업방법에 대해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선생님은 저를 보고 시간이 나면 수업에 참관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요일, 시간까지도 말해 줄 정도입니다. 요즘 선생님들은 수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참관하는 걸 원치 않는데 정말 보기 드물 정도로 대단한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15년 전 동계교사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 강사님께서 서두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면서 어느 시골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어느 시골 할머니께서 어렵게 손자를 얻어 애지중지 키워왔는데 이 손자는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계속 병치레를 했습니다. 하루는 열이 나고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애가 열이 나고 아프다고 이야기했더니 열이 많이 나고 하니 홍역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말만 믿은 할머니는 홍역에는 어떤 약이 좋은지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홍역에는 가재를 너댓 마리 잡아 생즙을 내어 먹이면 낫는다고 하더랍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손자를 살리고 싶은 나머지, 힘들여 가재 몇 마리를 구해 생즙을 내어 먹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낫기는커녕 더 아파 그 때서야 조그만 의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의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여도 낫지 않자 비로소 큰 병원을 찾게 되고 종합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종합진단 결과 디스토마균이 뇌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였으나 결국 살리지 못하고 그 귀여운 손자를 죽이고 말았다’는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할머니, 의사를 교사에 비유하고, 죽은 어린아이를 학생들로 비유하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병을 정확히 몰라 약을 잘못 쓰니 그 약은 양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약이 되었던 것입니다. 병명을 정확히 아는 것이 병을 고치는 지름길이듯 전문적인 지식의 토대 위에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과 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학생 개개인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만 효과적인 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

풍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결국은 학생들을 망치게 됩니다. 지방의원에 찾아갔을 때 의사가 대충 할머니 이야기만 듣고 정확한 병명을 모른 채 적당히 처방을 내리니까 낫기는커녕 병을 더 악화시킨 것입니다. 할머니가 병에 대한 예비지식이 없이 열성만으로 결국 어린 손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 같이 우리 선생님들도 풍부한 전문지식과 예비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을 망치는 오류를 범치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열성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끊임없는 연구와 자기연찬으로 인한 실력 연마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돌팔이 의사라는 소리를 듣듯이 돌팔이 선생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시골할머니는 손자를 살리고자 하는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이 열성과 의욕만 앞선 채 사방팔방으로 뛰어보았지만 그 정성이 허사로 돌아가고 만 사실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내가 맡은 전공과목만은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부단한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의사가 병명을 바로 알고 약을 바로 쓰면 쉽게 치료될 수 있듯이 학생들이 안고 있는 교과 및 인성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따른 지도대책이 세워진다면 학습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열성보다 전문지식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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