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경륜이다

2006.06.14 09:35:00

여러 선생님, 어젯밤 편히 잘 주무셨습니까? 저는 승리의 기쁨 때문에 보통 때보다 훨씬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아침 뉴스를 들어보니 온통 월드컵 승리소식이더군요. 골 넣는 장면, 환호하는 장면, 응원하는 장면은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더군요.

오늘 출근길은 우리나라가 승리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출근하였습니다. 어제 경기를 지켜보면서 전반전에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선취골을 빼앗기고부터는 원망과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뭐 했느냐? 감독은 왜 경험이 많은 안정환, 설기현, 박주영이를 넣지 않느냐고 불평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는 기분이 나빠 이대로 가면 질 것이 뻔하다면서 그냥 자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고 할 수 없이 후반전을 기켜봤습니다. 안정환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기대 이상으로 잘해 줬고 가능성이 보이더군요. 이날의 승리주역이 박지성, 이천수, 안정환 선수였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월드컵 때 경기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과 유럽 프로에서 경기를 해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이번 승리의 원인은 아드보카트의 오랜 선수생활의 경험과 감독으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세 선수의 월드컵 경험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전반전에 안정환 선수를 넣지 않느냐고 불평을 했지만 만약 전반전에 조재진 선수 대신 안정환 선수를 넣었다면 공격수가 적어 오히려 안정환 선수가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드보카트가 조재진 선수를 빼지 않고 안정환 선수를 넣으면서 3명의 공격수에서 4명의 공격수로 전환함으로 안정환 선수가 자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드보카트의 깊은 뜻도 헤아리지 못하고 무조건 교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저 자신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역시 축구에 관한한 저는 아마 9급이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프로9단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토고전에서의 승리를 보면서 교육에서도 어떤 현안이 발생해 의견이 대립하면 누구보다 교육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선생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학교에는 그 동안 현안이었던 일괄급식 문제도 그렇습니다. 1,5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점심시간 70분 안에 일괄급식하는 게 어려움이 많아 3,4교시 나누어 급식을 실시해 왔는데 점심시간이 달라 4교시 수업을 하는데 지장이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없고 선생님들은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께서는 오랜 고심 끝에 6월 1일부터 일괄급식을 하기로 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나갔습니다. 배식구를 둘에서 셋으로 늘이고, 잔반처리 장소도 한 군데서 두 군데로, 컴퓨터가 구형이라 학생들의 카드관리로 인한 지연시간을 해소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께서 쓰시던 신형 컴퓨터로 교체하고, 식당에 방송시설을 하고, 학생지도는 선생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별도의 당번계획 없이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선두지휘하시고, 저와 교무부장을 비롯한 부장 선생님, 원로 선생님들과 관심있는 선생님들의 지도로 일괄급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점심시간이 짧다느니, 학생들의 지도할 선생님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지도하겠느냐느니, 학생들의 불평이 많다느니 다시 생각해보자면서 원점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의 일괄급식에 대한 강한 의지와 굽히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과 솔선수범을 보이시는 행동으로 인해 선생님들의 불평은 수그러들었고 우려했던 걱정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늦게 식당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매일 일일이 체크하여 교장실에 불러놓고 그 이유를 묻고 일찍 와서 식사하도록 교육을 시키니 이제 늦게 식사하는 학생들은 줄어들었고, 방송을 통해 직접 훈화하심으로 식당에서 잡담하며 끄는 시간도 줄어들었으며, 좌석도 처음부터 차례대로 앉는 습관도 길러지고 있고 처음에 약간 혼잡하던 것도 이제는 한산할 정도로 안정을 되찾는 것을 보게 됩니다.

교육은 경륜입니다. 교육에 관한한 의견이 다르고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교장 선생님께 맡겨야 하고 결정이 되어지면 따라줘야 합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아마 코치들과 감독과 선수들의 생각이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많은 고심 끝에 감독은 결정했을 것이고 코치들도 따랐을 것이며 선수들도 불평 없이 잘 따라줘 좋은 결과를 가져 오지 않았겠습니까?

어떤 교육 현안에서도 자기의 의견을 말씀 드릴 수는 있지만 상반된 의견으로 결정이 되지 않을 땐 경륜이 많으신 선생님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최종 결정권자의 의견을 존중해 따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아무런 말썽 없이 교육다운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선수들 이제 프랑스와 결전을 앞두고 심기일전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딕.아드보카드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한국을 떠날 때는 대통령과 같은 대접을 받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좋은 성과 거두어 주시고 히딩크 감독에 이어 우리 모두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훌륭한 감독이 되어주셔야죠. 한국선수 화이팅!!!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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