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삼' 말이나 되나?

2006.06.21 21:34:00

오늘 오전 교실을 둘러보는 중에 4층 골마루에 설치된 정수기에 이런 글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수기는 라면 국물 버리는 곳이 아니삼. 찌꺼기 둥둥 떠다니는 물 마시고 싶냐?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올바르게 사용하셈. 조낸 까칠해진 정수기 청소 백.’ 검은 수성싸인펜으로 큼직하게 써놓았는데 글씨체나 내용을 보니 정수기 관리하는 학생이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보면서 학생들의 언어사용이 너무 무질서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냥 학생들끼리 통하는 언어사용인데 뭐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쓰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토, 일요일 밤에 젊은 연예인들이 나와 운동놀이하며 대화를 나누는 프로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한 젊은이가 ‘안녕하삼~’ ‘반갑삼~’등으로 말을 하더군요. 그 때 아무리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다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되는 말을 통해 언어파괴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과 일반인들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엠파스의 열린 블로그, 열린 게시판, 열린 뉴스, 최신 뉴스에 들어가 ‘안녕하삼’에 내용을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초등학교 ‘6학년 3반 우리들의 이야기’코너에 들어가니 그 반 학생이 이렇게 글을 써놓았더군요.

‘야들아 ㅠㅠ! 우리얘기 좀 많이 쓰자 ! 다른 애들 반 들어가 보면 이야기가 디게 많은댕 ! 우리반은 너무 적은 거 같앵 ㅠㅠ’

‘디게, 많은댕, 같앵’ 등 사투리에 어미사용이 엉망이었습니다. 몰라서가 아니라 말에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인지 몰라도 이러다가는 나중에는 우리말과 글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 3학생이 쓴 글을 보니 이러했습니다.

‘안녕하삼...중3이고.. 키174 무개50 바깨안나가는...-0-몸.. 아령해서 근육좀키울라는대..’

중 3학생의 글은 더 심각했습니다. 젊은 연예인의 퍼뜨린 말에 영향을 받아 말끝에 삼을 갖다 붙이고 있으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 사투리, 맞춤법, 띄어쓰기 등 전혀 되지를 않습니다.
우리학교 3학년 학생의 글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버리는 곳이 아님’을 ‘버리는 곳이 아니삼’, ‘올바르게 사용하세요’를 ‘올바르게 사용하셈’으로 표기하는 등 끝마다 ‘삼, 셈’ 식으로 표기하고 있으니 이러다가 얼마 안 가서 어느 글자가 바른 표기이며 어느 것이 바른 언어사용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혼돈이 올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에다 ‘조낸 까칠해진 정수기’처럼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으니 걱정이 보통 걱정이 아닙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열린 블로그에 글을 보니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안녕하삼~ 제가 오늘 여기여 처음 들어오삼~ 한명만이라도 들어오삼~’ 말끝마다 ‘삼’,‘삼’,‘삼’입니다.

가수 김건모는 '공감댓글'이란 코너에서 '난 이럴 때 세대차이 느낀다'라는 주제에 대해 ‘난 학생들이 '안녕하삼?', '왜이러삼?'이란 말을 할 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면서 "∼하삼 이란 말이 신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란 것을 알았을 때 큰 세대차이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신세대 말이라 해도 이와 같은 말이 계속 사용되어진다면 머지않아 악성 바이러스처럼 번져가 급기야 언어질서는 무너지고 우리말의 혼란으로 인해 우리말 자체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말 것 아니겠습니까?

‘박주영, 스위스전엔 나올까’의 기사에 대한 댓글에는 ‘언제나 자기가 최고라고 설레발을 치니 심성 차칸 주영이가 후보 신세가 되는 것이다 조재진 대신 밥줘영을 기용해라.’라고 글을 써놓은 분이 있더군요. 역시 젊은 분으로 추측이 되는데 이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착한’을 ‘차칸’으로, ‘박주영’을 ‘밥줘영’으로 표기하는 것을 그냥 언어유희니, 젊은 세대의 특징이니 하면서 방치했다가는 머지않아 언어질서의 파괴를 넘어 언어실종에까지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1차 원인이 언론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녕하삼’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도 왜 그것을 아무런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냅니까? 그러니 그게 급속도로 번져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부터라도 아무리 연예인들의 오락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미치는 악영향이 엄청남을 깨달아 잘못된 언어사용을 하는 방송은 자제하고 바른말, 고운말 사용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리 선생님들은 잘못된 언어사용으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바른 언어를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지도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땅에서도 지역마다, 세대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런 때가 오기 전에 잘못된 말과 글을 사용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바로 교육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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