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야자'시간은 어느 때보다 마음이 가볍습니다. 내일은 놀토인데다가 스위스와의 경기 자체가 승패를 떠나 신나는 볼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녁시간도 좀 즐거워리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1학년 '야자'감독을 하시는 네 분 선생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들으면서 너무나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학생들로부터, 학부모로부터 수모를 당하고 낭패를 당하고 봉변을 당하다니!
오늘 기간제 음악선생님께서 수행평가를 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점수를 공개했는데 나중에 보니 채점시에 한 학생의 결시로 인해 점수를 잘못 기재한 것을 알고는 다시 수정해서 불러줬더니 처음보다 점수가 낮은 학생 5,6명이 와서 교무실 골마루에서 선생님에게 찾아와 눈을 부릅뜨고 팔짱을 끼고서는 내 점수가 적게 나왔는데 왜 그런지 증거를 대라, 평가기준이 뭐냐고 따지더라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평가기준이 있다. 내가 성악전공자다. 정확하게 채점했으니 그리 알고 돌아가라‘고 해도 막무가내더랍니다. 심지어는 나도 선생님만큼 평가할 능력이 있습니다. 아무개는 나보다 더 노래를 못 불렀는데 왜 나보다 점수가 높느냐?고 따지더랍니다.
착하고 순진한 선생님은 학생들의 항변에 꼼짝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떨기만 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옆에 지켜보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할 수 없이 수행평가는 선생님의 고유영역이다. 정확하게 채점했다고 하니 그리 이해하고 가도록 했답니다.
이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그 선생님에게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다시 재시험을 치게 해서 평가기준을 설명한 뒤에 노래를 부르게 해서 일일이 녹음하고 조목조목마다 너는 이 부분에서 이러하니까 몇 점, 이 부분은 이러하니까 몇 점, 이런 식으로 해서 불평이 없도록 하라고 일러주곤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또 한 선생님은 몇 주 전에 야자시간에 수업에 사용할 실험도구를 준비하고 정리하기 위해서 지구과학실로 갔더니 저학력 학생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엉겁결에 문을 열고 들어가 수업하는 걸 보고 너희들 수업 마칠 때까지 내가 밖에서 기다릴까, 아래층에 빈 교실이 있으니 그리고 옮길까? 하니 삐딱하게 앉아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이 때를 만났다는 듯이 선생님에게 달려들더라는 것입니다. 열을 내가면서 따발총 쏘듯이 무엇,무엇라고 하면서 쉴 새도 없이 선생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퍼붓더라는 것입니다. 왜 수업시간에 방해를 놓느냐는 것이죠.
옆에 있는 학생들도 미안해 어쩔 줄 모르고 수업하시던 선생님도 어쩔 줄 모르고 지구과학선생님은 당황해서 내가 잘못했다 너희들 수업 마칠 때까지 내가 밖에서 기다릴까 아래층에 빈 교실이 있으니 그리고 옮길래? 라고 화를 내지 않고 저자세로 말하고는 나오니까 자기들이 아래층으로 옮기더라는 것입니다.
장소도 사전에 자기에게 말하지도 않고 과학부장에게만 허락을 받아 사용하고 있는 중인데 이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고 들어가다 이렇게 수모를 당하고 낭패를 당하고 봉변을 당하게 되었더라는 겁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으면 그냥 살짝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두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하고 봉변을 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정말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요즘 학생들이 이 정도로 선생님도 모르고, 윗사람도 모릅니다. 학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을 알기로 우습게 압니다.
한 선생님께서 자기반 학생이 집에 일이 있어 조퇴를 하려고 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담임 누구라고 하니까 대뜸 하시는 말씀이 ‘뭐요, 빨리 말하소. 바쁘요.’ ‘애가 집에 일이 있어 조퇴를 하려고 하는데 보내도 되겠습니까?’ 하니 ‘집에 보내소.’라고 하더랍니다. 이렇게 담임을 황당하게 만들고 무안을 주더랍니다. 선생님은 수모를 당한 느낌이라 불쾌하더라고 하네요.
또 어떤 학생은 선생님에게 ‘다른 선생님들은 매일 저녁 10시까지 남아서 지도를 하는데 왜 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답니다. ‘나는 내 당번 때가 되면 10시까지 남아서 지도한다. 나도 부장되면 매일 남아서 지도할 거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고 하네요.
또 어떤 학생은 선생님에게 ‘선생님, 왜 경비아저씨를 세워 단속을 합니까?’ 선생님은 ‘이 지역은 우범지역이니까 경비아저씨가 지켜야 불량배들을 막을 수 있지.’라고 이야기를 해주니 아무 말도 안 하더라는 겁니다.
이렇게 학생들은 시시콜콜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선생님에게 달려들고 항의하고 따지고 얼굴을 붉히고 무례한 행동을 하고 난폭해집니다. 학부모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때에 수난의 시대를 잘 헤쳐 나가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고 지혜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음악, 지구과학 두 선생님처럼 본의 아니지만 사소한 실수로 인해 공격을 당하고 봉변을 당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우리 선생님들은 말과 행동, 업무처리까지 꼼꼼하게 빈틈없이 처리하고 행동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도에 지나칠 정도로 얼빠진 행동을 하더라도 끝까지 참고 인내하며 설득하며 교육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악선생님, 지구과학선생님과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되면 자칫 잘못하면 학생에게 감정적으로 구타를 할 수 있고, 폭언과 폭행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죽이고 행동을 자제하며 차분하게 논리적인 말로 학생들을 감화시키고 감동시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선생님들 힘듭니다. 힘 잃지 마시고 용기 가지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