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기 좀 살리는 정책을

2006.06.28 09:50:00

오늘은 2006년도 단계별 맞춤형 학교혁신 관련 제2기 연수를 초.중,고 교감 70명을 대상으로 울산교육연수원에서 6시간 동안 받았습니다.

울산교육연수원은 초임시절 새마을연수, 교감연수, 교장사전연수를 받은 곳인데다 6개월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근무했던 곳이라 기대를 하면서 출근하였습니다. 앞에는 동해앞바다가 보이고 뒤에는 송림이 우거져 있어 그야말로 경치 좋고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라 정이 가는 곳이고 언제 가도 좋습니다.

오늘 57세인 어느 교수의 6시간 강의는 인상적이었고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해박한 전문지식에다 전문외적인 관련지식, 거칠 줄 모르는 달변가인데다 조금도 변함이 없는 우렁찬 목소리로 열강하시는 모습은 지금도 쟁쟁합니다. 6시간을 단 5분도 낭비하지 않으시고 조금이라도 일찍 마치고자 하는 연수생들의 배려도 없이 교육에 대한 사명의식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끝나고서는 뒷풀이 고사까지 곁들어 말씀하시면서 인간미 넘치는 선생님들이 많이 나오도록 강조하시면서 끝을 맺는 교수님은 전국 가는 곳곳마다 칭찬을 받으며 인기가 많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사님 말씀처럼 시간당 100만 원짜리 강의였습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오늘 강의해 주신 교수님처럼 폭넓은 전문지식, 관련 지식, 열정, 책임감을 두루 갖춘 선생님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우리들은 과연 이 교수님처럼 50분 수업을 알차게 하고 있는지, 거침없는 말솜씨로 학생들을 휘어잡는지, 조금도 쉬지 않고 강의하시는 열정이 있는지,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사명감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는지, 시간이 끝나서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하는 애살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학교혁신을 위해 먼저 저 자신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들이 변하기 전에 저 자신이 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에게 아무리 마음이 들지 않다 하더라도 선생님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말에 대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어렵지만 선생님들의 장점만 발견하고 그들에게 칭찬하고 격려하며 단점과 허물은 보지도 말고 덮어주고자 하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로 인해 즐거워야 할 학교가 짜증스러워 진다면 그건 큰 죄를 저지르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저가 아침 조례시간부터 불쾌감을 준다면 하루 종일 기분 나빠할 것이고 그 영향이 학생들에게까지 미치지 않겠습니까? 저가 무게 지킨다고 권위를 가진다고 얼굴을 무겁게 하고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면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침부터 보지 않았더라면’ 할 것 아니겠습니까?

학교혁신은 아주 작은 것부터, 즉 저 자신부터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오늘 연수의 큰 수확입니다.

연수를 마치고 집에 와서 메일을 열어보니 엊그제 ‘인격수양’이란 메일을 보낸 선생님께서 오늘은 ‘무식’이란 제목으로 학교소식을 알려 왔네요. 내용을 보니 귀가 찹니다. 학부형들의 횡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싶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만 학교혁신을 위해 연수시키려 하지 말고 교육주체의 하나인 학부형에게 학교혁신을 위한 단계별 연수를 강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메일 내용은 이러합니다.‘제 일은 아니지만 아침부터 무식한 학부형 한 명이 선생님들 전부를 마음 상하게 해 놓았습니다. 교문 앞이 좁다보니 아픈 아이를 제외하고는 학부형 차를 교문 안으로는 들여보내지 않는데 그런다고 교문지도 하는 선생님께 화를 내고 삿대질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과목과 이름을 수첩에 적고 참 사진이라도 찍어둬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학부모는 나이도 어린 여자이고 교문지도 하시는 선생님은 저랑 동갑인 말씀도 우아하게 하시는 분인데 봉변에 가까운 일을 당하셨죠. 아침 자율학습 하던 아이들이 큰 소리가 나니 창밖으로 목을 내밀어 쳐다보고.

교사는 온통 의무만 있지 권리는 없는 이 시대의 초라한 직업인인 것도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한번씩 이런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기운이 떨어지고 힘이 없어집니다. 내 자식도 아닌데 열을 내서 가르칠 필요도, 애들 일거수일투족 지도할 필요도 없나 싶기도 하구요. 영 뒷맛이 개운치 않은 아침이었습니다. 예전에 들은 얘긴데 영국은 아이가 잘못하면 학부모도 책임을 물어 함께 벌준다던데 참 비교가 되네요.’

이런 학부모를 어찌 그냥 내버려둬야 합니까? 왜 기본이 통하지 않는 학부형을 조금이라도 교육시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선생님들이 학부형만큼 똑똑하지 못합니까? 왜 학부형에게 이렇게 당하면서 살아야 합니까? 아침부터 전 선생님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화를 내게 하고 힘이 빠지게 하는 이와 같은 학부모의 무식을 그냥 무식하니까 하고 위로하기엔 부족합니다.
제발 선생님들 기 좀 살리는 그런 정책 좀 펼쳐 주시면 안 될까요? 그건 돈 드는 일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젊은 학부형이 자기보다 연세 많으신 선생님에게 아침부터 교문지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위로는 못할망정 마음 상하게 하고 화나게 만들다니. 제발 학부모님들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좀 만들어 주면 어떨까요?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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