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학부형이 더 많다

2006.07.04 10:58:00

선생님, 벌써 7월 4월입니다. 오늘이 시험 마지막 날이네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 편안하게 가지시고 여유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침 7시 5분 전에 출근을 하니 한 학부형께서 차를 몰고 학교 안까지 들어오네요. 쳐다보니 한 학생이 차에서 내려 체육복 차림으로 교실에 들어가더군요.

그 학부형에게 다가가 정중히 말했습니다.

"‘학부형님, 제가 이 학교 교감인데요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를 학교에까지 가지고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학부모들마다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체육복을 입고 오면 안 됩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가리키며 어디 체육복 입고 오는 학생들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앞서 '선생님 기 좀 살리는 정책을!'이라는 제목에서 지적한 대로 아침부터 이웃학교의 무식한 학부모처럼 막무가내로 대들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학부형이었습니다. 아주 미안한 듯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시는 걸 보면 오히려 저가 미안할 따름이죠. 아침부터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지만 학생과 학부형의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위해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 학부형께서도 저를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는 마음 가졌으면 합니다.

어제 점심시간 감독으로 수고하신 학부형 대표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야기 도중에 교장선생님께서 학부형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는데 공통점이 자기애들밖에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학교 전체를 생각지 않고 자기애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까 학부모 회장님께서는 그래도 그런 분들보다 좋은 학부형이 더 많다고 하시더군요.

1,500명이나 되는 학생이 있으니까 그 이상의 학부형이 있지 않겠어요? 그 중에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기애의 편에서만 생각하고 말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말하지 않는 대부분은 좋으신 분들이라는 말씀이 공감되었습니다.

그리고 학부형들로부터 여러 가지 건의를 듣게 되면 학교 입장에 서서 대변하시는 것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또 학생들에게만 듣고 무슨 이야기를 하기보다 직접 학교에 오셔서 눈으로 보고 말씀하시라고 하셨다니 대단하신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학부형께서는 3년 동안의 과정, 즉 학교의 변화하는 모습과 발전하는 모습,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며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이런 소신있는 말씀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학교의 변화가 없는데 그 학부형께서 무턱대고 꼭두각시 노릇을 하겠습니까? 말씀하시는 것도 품위가 있으시고 풍기는 모습도 우아하게 느껴지고 행동으로 학부형의 참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고 딸이 학생회회장인데 학생들로부터 반찬이 적니 입에 맞지 않느니 하면서 급식에 대한 불평을 하면 자기 입에 맞는 반찬을 한 가지씩이라도 직접 가지고 와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 어찌 1,500명의 학생들의 입에 맞게 할 수 있느냐?고 말하더라는 겁니다.

2학년 학부형 한 분께서는 시험기간 감독을 하러 오실 때마다 그냥 오시지 않고 오시는 학부형들이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떡을 주문해 학부형님과 선생님들이 잡수시도록 하는 그 사랑의 손길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또 오늘은 시험 끝나는 날이라 환경부장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식습관이 바르지 않아 서울에 있는 유명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의 식생활 개선과 간식에 대한 바른 이해와 바른 행동을 위해 강연하도록 주선을 하니까 관심이 있는 학부형 한 분께서는 이를 듣고 강사초빙에 대한 경비를 자기가 부담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학교에 대한 바른 생각과 바른 이해를 가지고 협조하는 분들이 많음을 보게 됩니다.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으로나마 힘이 되어주는 학부형이 많습니다. 말 많은 소수보다 좋으신 말 없는 다수가 있기에 삐거덕하는 소리 나지 않고 잘 굴러갑니다. 바람이 꽉찬 타이어가 바람이 적은 타이어보다 소리 없이 잘 굴러가듯이 부정적인 학부형보다 긍정적인 학부형이 많기에 학교는 안정되게 잘 굴러갑니다. 그리고 힘 있게 달립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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