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기말고사가 끝나 더 힘드시죠? 그래도 우리 선생님들은 교육의 맥을 잘 아시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어제 아침 일찍 교실을 둘러보니 어떤 선생님은 분위기가 어수선하니 반 학생 전체에게 손을 들게 하여 자습분위기를 잡네요. 어떤 선생님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를 하네요. 또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청소에 열심이네요. 또 어떤 선생님은 늦게 온 학생들을 골마루에 꿇어앉아 공부하도록 하네요.
이렇게 선생님들은 시험 후 긴장이 풀린 것을 알고 ‘고무줄의 법칙'처럼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고 계시니 시험 치기 전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는 것을 봅니다.
정말 우리학교에는 닮고 싶은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그분들로 인해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또 우리학교에는 많은 여 선생님들께서 꼭 닮고 싶은 0순위 선생님도 계십니다. 교직생활 끝날 때까지 그분들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이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실입니다. 다음은 성품입니다. 변함없는 일관성입니다. 침묵입니다. 순수성입니다.
아마 이분들은 캐리 브루서드의 신데렐라 성공법칙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신데렐라는 계모가 시킨 빨래와 청소 즉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마친 끝에 요정의 관심을 끌어 궁전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고,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를 위해 밥을 짓고 성실히 봉사한 덕에 죽음을 면한 것처럼 이분들은 한결같이 성실을 주무기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밤낮이 없습니다. 가정생활을 뒤로 합니다. 아내가 아파 고생을 하고 있어도 우선순위를 학교에 둡니다. 요즘은 아침 6시 40분이면 출근을 합니다. 어린애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와야 하는 형편에도 아침 자습이 시작되기 8시 전까지는 매일 학교에 옵니다. 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보다, 자식보다 학교를 더 우선시하며 성실하게 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요즘 같은 더위에도 이겨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캐리 부루서드는 ‘잦은 야근은 무능력의 표시’니, ‘당당히 아니라고 말하라’ 등의 신세대형 처세서의 인기 있는 충고들에 물들어가는 젊은 선생님들에게 되레 ‘칼퇴근하는 사람은 중역의 눈에 들지 못 한다’(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을 알리라는 뜻), ‘불필요한 불평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는데 닮고 싶은 선생님들이 갖추고 있는 자질 그대로인 것 같아 기쁨을 느낍니다.
이분들은 한결같이 좋은 성품을 지니고 계십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학교경영책임자가 보통 자기 맡은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들의 좋지 못한 성품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함을 잘 알고 말에 대한 조심과 행동을 합니다.
또 이분들은 학교의 앞날은 선생님들의 성품에 달려있고 좋은 성품을 지녔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학교의 앞날이 가늠됨을 알고 있습니다. 학교의 관심도 선생님들의 성품에 있음을 압니다. 학생들도 선생님들의 좋은 성품을 닮아가기를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누구나 존경하는 좋은 성품을 지니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닮고 싶은 선생님들은 상황에 따라 인격이 변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원칙 없이 변하지 않습니다. 카메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습니다. 항상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을 합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도 여전히 말과 행위가 일치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그러한 분을 존경하게 됩니다.
또 이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말이 없습니다. 언제나 침묵을 지킵니다. 동료간의 대화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면서 수다를 떨지도 않습니다. 특히 남을 험담하거나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지언정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대화를 삼갑니다. 그러니 존경받을 만하고 닮고 싶은 분이지요.
그 다음은 이분들의 특징은 순수성입니다. 아무런 욕심이 없고 사심이 없습니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분이 아닙니다. 그저 교육적 사명감으로 맡은 일이니까 묵묵히 열심히 할 따름입니다. 가장 작은 일일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얼마 전 천재 아역배우 다코다 패닝은 평소에 조디 포스터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가장 닮고 싶은 배우를 물어볼 때마다 주저 없이 조디 포스터를 꼽는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교직원들이,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저를 좋아할까? 저를 닮고 싶다고 하는 선생님,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 보니 정말 아찔하네요.
우리 모두 닮고 싶은 선생님,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학생들로부터, 학부모로부터,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닮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