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사랑입니다"

2006.07.25 08:43:00

여름 아침의 우리학교는 평화롭고 여유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아침 7시 교문을 들어서니 비둘기 여섯 마리가 운동장 모퉁이에서 한가로이 모이를 쪼며 평안을 누리고 있네요. 운동장 트랙에는 주민 대여섯명이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꿈꾸며 열심히 돌고 있었습니다. 교실 앞 화단에는 길쭉한 해바라기가 풍성한 꿈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풍성함의 모범을 보이며 환한 노란 미소를 보내고 있네요.

정말 사랑스런 학교입니다. 자랑스런 학교입니다.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갈수록 학교에 대한 애착이 갑니다. 30년의 교직생활 중 지금 가장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아마 학교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우리학교에 부임할 때 선생님들에게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납니다. ‘교육은 사랑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을 사랑하고, 나와 함께 생활하는 동료 선생님들을 사랑하고,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사랑한다면 교육의 발전은 물론 생활의 만족과 행복을 가져줄 것입니다.’라는 말입니다. 저는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교육은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내가 진정 학생들을 사랑한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모든 것 투자하듯이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잘 이끌기 위해 모든 것 투자할 것이고, 부모가 자식에게 언제 어디서든 관심을 가지듯이 평소에도, 연휴 때도, 방학 중에도 학생들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찰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동료 선생님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며 헐뜯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지 않겠습니까?

또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사랑한다면 내 집처럼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전기, 물 아끼는 것까지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내 집처럼 항상 학교 안팎이나 교실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 선생님들은 어떠한지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랑은 관심(Care)과 책임(Responsibility)입니다. 학생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방학이라 하여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 아닌지. 방학 중이라도 학생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어떻게 행동하며 생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지,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는지를 점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학생들의 요구가 있을지, 선생님에 대한 도움 요청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방학 중에라도 학생들에 대해 꾸준한 귀 기울임이 있어야 할 것이며 학생들의 부름에 응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학생지도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우리학교에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방학을 앞두고 친목모임으로 인해 선생님들 간의 갈등이 심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들려오는 말 중에는 친목회를 없애자고 하는 극단적인 말까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진정 내가 몸담고 있는 동료 선생님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와 의견이 다른 선생님들마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는 사랑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래야 함께 이해하고 격려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건강한 공동체가 될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님들 중에는 아직도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내 집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적은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어떤 교실에는 뒷부분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음을 보게 됩니다.또 어떤 때는 화장실에 물이 계속 흐르는 소리가 나도 그것 멈추게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만약 내 집에 이렇게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데 그냥 내버려 두겠습니까? 내 집에 수돗물이 철철 흐르고 있는데도 못 본체하고 그냥 두겠습니까? 학교에 대한 사랑의 결여로 인해 관심도 적어지고 주인의식도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다시 학생에 대한, 선생님에 대한, 학교에 대한 사랑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학생들도 삽니다. 선생님들도 신이 납니다. 학교도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학교가 됩니다.

사랑은 동그라미와 같습니다. 동그라미에는 끝이 없듯이 사랑도 끝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학생을, 선생님을, 학교를 진정 사랑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사랑의 대상이 사라졌을 때 절실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쉬움과 후회함이 없도록 해야죠.

저는 오늘 아침 옷깃을 여미는 마음으로 저에게 주어진 학생, 선생님, 학교를 더욱 사랑해 보렵니다. 새 마음을 회복해 새롭게 다짐하며 출발하려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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