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야스쿠니가 뭐예요?"

2006.08.16 14:09:00

제 61주년 광복절 아침. 전 국민의 관심사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유무에 있었다.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소식을 접한 전 국민이 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독도 영유권 문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더욱 냉각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했다.

때마침 태극기를 게양하고 난 뒤, TV를 시청하고 있던 초등학생인 막내 녀석이 궁금한 것이 있다며 질문을 하였다.

"아빠, 야스쿠니가 뭐예요? 그런데 그곳에 가면 왜 안돼요?"

나는 녀석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광복절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OO아, 광복절이 무슨 날인지 아니?"
"아빠, 저를 어떻게 보고 그런 질문을 하세요."
"그래, 미안하구나. 어서 이야기해 보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날이 아닌가요."

녀석은 내 질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녀석에게 '야스쿠니' 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요즘 초등학생의 경우, 국경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아이들이 드물다고 한다. 그나마 녀석은 광복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어 한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국경일이 언제인지 날짜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특히 광복절은 여름방학 중에 있어 자칫 잘못하면 그 의미가 더욱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채 마냥 노는 날로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득 어제 아침의 일이 생각난다. 광복절인데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가 적은 탓인지 태극기를 달라고 하는 계도방송을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잠시 뒤 아파트 주위를 확인해 본 결과,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이 생각보다 적었다. 일부가정은 막바지 휴가를 가려는 듯 차를 몰아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그런 모습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감돌았다.

주변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복절에 강행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야 말로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아가 역사를 왜곡하려는 비양심적인 행동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일본 총리의 그런 행동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추어질지 의구심이 생겼다.

광복절이라 태극기를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태극기를 왜 달아야만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더 중요하듯 아이들에게 역사를 바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역사에 대한 인식은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어렸을 때 배운 내용이 오래가듯 깊이를 달리한 체계적인 역사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퇴색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대학입시에 국사가 도구과목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구태여 그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대학진학에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자연계열의 경우 아예 국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다.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생이 매년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영역 선택과목에 있어 국사과목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아이들이 역사를 기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국사과목을 선택하라고 강제로 종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화된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범국민적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역사를 재인식하여 두 번 다시 일본 총리가 그와 같은 행동을 자행하지 않도록 강경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후손들에게 일제강정기와 같은 치욕을 대물림 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재무장할 필요가 있는 시기가 요즘이 아닐까?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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