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학생들을 위해 있습니다

2006.08.28 21:16:00

선생님, 지금은 개학 첫날 야자시간입니다. 야자시간이 참 좋네요. 나름대로 저에게 많은 유익을 줍니다. 1학년 2반 여남은 학생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걸 보고 ‘너희들 몇 반이니? 개학하니 기분이 어때? 모두 미인들만 모였군’ 했더니 한 학생이 ‘보는 수준이 높으시군요’ 하더군요. 학생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건네니 학생도 역시 듣기 좋은 말로 응답하더군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더군요.

1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8명이 식사를 했는데 방학 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 선생님에게 방학을 어떻게 보내셨느냐고 물으니 자녀양육, 부모봉양, 남편수발 한다고 시간 다 보냈다고 합니다. 학교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야 하고 애들 공부하도록 신경 써야 하고 남편 출근하는 데 신경 써야 하고 부모 식사 및 손님 대접하는데 신경 써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또 한 선생님은 교원대학교에서 3주 동안 대학원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얼마나 빡빡하게 시키는지 힘들었다고 하네요. 또 한 선생님은 며칠 쉬는 동안 등산도 하고 운동하고 하니 몸이 가벼워졌는데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니 다시 살이 찌고 몸이 무거워질 거라고 걱정을 하네요.

나름대로 힘들지만 방학을 유익되고 보람되게 보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얼굴들이 방학 전보다 다들 좋아보였습니다. 표정도 밝아보였습니다. 선생님들에게는 방학이 참 귀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수업하기가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한 선생님은 목이 터지지 않아 힘들었는데 차츰 나아지더라고 하네요. 또 한 선생님은 며칠 쉬었다고 힘들었는데 점점 나아지더라고 하더군요. 오늘 날씨가 낮에는 무덥덥해 정말 힘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적응이 되어감을 또한 보게 됩니다. 적응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으면 하네요.

저녁식사 후 트랙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한 30분쯤 돌려고 했지만 제 손에는 휴지를 비롯해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어 할 수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기 위해 한 바퀴 돌고 들어왔습니다. 학생들 속에서 트랙을 돈다는 건 바로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해 주더군요. 학생들의 아름다운 대화를 들으면서 트랙을 도니 다시 학생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저는 외식에 길들여져 있어 그런지 한 달 만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니 저녁맛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낙지볶음이랑 서비스로 상에 오른 자연산 추어탕은 별미였습니다. 옆과 앞에 계신세 분 선생님과 함께 다정스럽게 한두 숟가락씩 맛을 보기만 했지만 그런대로 다정다감함을 느끼게 되더군요.

첫날부터 많은 선생님께서 남으셔서 야자지도 하시는 걸 보면 절로 감사하게 됩니다. 개학 초기라 학생들이 느슨합니다. 고무줄법칙을 잘 적용해서 학생들의 공부분위기를 잘 잡아 놓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2학기 내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첫날부터 야자감독을 하려니 조금 힘드시겠지만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은 학생들을 위해 있습니다. 오직 학생! 학생! 이들을 위해 우리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선생님의 존재가치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위해 모든 것 투자해야 합니다.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안 하면서 하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못해 해서도 안 됩니다. 조금 해놓고 생색내어도 안 됩니다. 학생들의 분위기가 잡힐 때까지 땀을 흘려야 합니다. 여린 마음으로 학생들 봐주기 식으로 하면 한달 내내 끌려갑니다. 분위기가 잡히지 않습니다.

저녁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들은 하루 빨리 학습분위기가 잡히는 것을 원합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기를 원합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읽어셔야죠.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면 학생들은 분명 좋아합니다. 우리 선생님들 힘을 함께 모으셔야 합니다. 힘 내셔야죠. 화이팅!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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