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2006.08.30 10:26:00

비가 조금씩 내리는 아침입니다. 더위를 더욱 무력화시키는 비임에 틀림없습니다. 개학하고 나서 낮에는 여름 이상으로 더운 것 같아 내심으로 선생님들께서 적응이 안 된데다 수업, 연구, 지도하시느라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다행입니다. 선선함이 느껴지는데다 선생님도 학생도 빨리 안정이 되고 적응이 된다 싶어 마음이 놓입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우리학교 운동장 트랙에는 주민들이 우산을 들고, 또는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몸 관리를 하는 게 보이네요. 어제 저녁시간에 운동장 트랙을 한 20분 돌았는데 생각보다 걷는 것조차 그리 쉽지가 않네요. 그 정도로 약함을 느끼게 됩니다.

어제 저녁 9시 조금 넘어서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1학년 선생님은 1학년 학생들이 가장 분위기가 잘 잡히지 않은 걸 알고 자진해서 전 선생님이 남아 지도하시는 걸 보게 되네요. 2,3학년도 많은 선생님이 열심히 지도하시는 걸 보게 됩니다. 저는 이 시간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참 부럽구나’ ‘학생들이 참 부럽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학생들의 무엇이 부러운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혹시 교감이 부럽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교사시절 교감이 부럽고 교장이 부러워 교감되려 하고 교장 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교감발령 받고 첫 출근 날 저의 자리에는 많은 축하분과 축전이 있었습니다만 교감이 되었다는 성취감으로 인한 기쁨은 순간적이었고 오히려 허무감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평생을 목표로 삼고 달려온 게 허무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군요.

교사시절에는 자리가 편했는데 교감자리는 불편했습니다. 교사시절에는 여러 선생님과 허물없이 대화가 되었었는데 교감자리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교사시절에는 어느 누구와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그 시절은 조심도 없었는데 지금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그 시절은 조금도 제약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그 시절은 아무 선생님이 저를 주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그 시절은 외로움을 몰랐는데 지금은 외롭습니다. 대화가 막힙니다. 행동의 제약을 받습니다. 교장선생님도 신경 쓰이고 여러 선생님도 신경 쓰이고 누이 좋고 매부 좋도록 해야 할 자리라 정말 힘듭니다. 선생님들이 아시다시피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어떤 선생님은 교장 할 수 없고 교감만 하라면 차라리 교사하겠다고 하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그 정도로 초라한 자리입니다.

교감은 아시다시피 의무만 있지 권한이 없습니다. 아무런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뜻을 펼칠 수도 없습니다. 책임도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선생님보다도 못하고 교장선생님보다 못한 제약된, 어설픈 자리입니다.

또 학생들과도 멀어지고 선생님과도 멀어집니다. 그래서 자연을 좋아합니다. 책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좋아합니다. 여러 가지 사색을 즐깁니다. 메모하는 습관을 좋아합니다. 입은 더 무거워집니다. 할 말은 많지만 많이 참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러워하며 삽니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의족을 달고 다니는 사람은 두 다리가 성한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의족을 달고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척추를 다쳐 마비가 된 사람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뇌에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된 사람의 가족들은 신체만 마비된 사람을 또 얼마나 부러워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렇게 부러워하며 사는 게 사람입니다. 그러면 우리 선생님들은 무엇을 부러워해야 하겠습니까? 교감, 교장자리 부러워하지 말아야죠. 때가 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때가 되면 뜻을 펼칠 수 있습니다. 아직 교장 되어 보지 못해 모르겠습니다만 교장자리가 아마 교감자리보다 더 외로운 자리, 힘든 자리, 초라한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주변에 함께 교장 연수 받은 분께서 교장 발령 받아 나가는 것 보면서 크게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학식이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총명스러움이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머리회전이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의욕이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건강이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외모가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성품이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젊음이 부럽습니다. 운동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열성이 부럽습니다. 헌신이 부럽습니다. 선생님들의 가능성이 부럽습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부럽습니다. 학생들의 순진함이 부럽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비전이 부럽습니다. 그들의 낭만적인 대화가 부럽습니다. 그들의 젊음이 부럽습니다. 그들의 가능성이 부럽습니다. 그들의 탄력적인 피부가 부럽습니다. 그들의 해맑은 웃음이 부럽습니다. 그들의 성장이 부럽습니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는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다른 분에게 부러움을 주는 가치 있는 선생님들, 학생들입니다. 그러니 긍정적인 자아의 정체성을 갖고 부러워하며 사는 것보다 부러움을 주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자부심을 갖도록 해 주면서 부러워하며 살지 말고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면서 학교생활이 즐거워지도록 했으면 하네요.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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