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2%를 채워주는 선생님

2006.09.13 18:19:00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우리 반 한 여학생이 부리나케 교무실로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그 아이를 진정시키며 용건을 물어보았다.

"아침부터 웬일이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이야기 해 보렴."
"선생님, 왔어요. OO이가 왔어요. 교실로 빨리 가보세요."

그 아이는 앉아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빨리 교실로 갈 것을 재촉했다. 거의 20여일 이상 결석을 하고 난 뒤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한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괘씸하여 원망도 많이 했지만 결석일수가 많아질수록 담임으로서 녀석의 학교문제가 걱정되기도 하였다. 아이들과 며칠을 찾아 다녀도 찾지 못했는데 녀석이 어떤 자극을 받아 학교에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의 손에 이끌려 교실로 들어가자 녀석의 자리 주위에는 오랜만에 등교를 한 친구를 환영이라도 해주려는 듯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녀석은 생각보다 건강해 보였다. 잠시 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선생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제 학교생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잘 왔다. 어디 아픈 곳은 없니?"

나는 미안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생님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었다. 그리고 방황은 짧게 할수록 좋다며 자신과 싸워 이길 줄 아는 제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간 녀석은 가출하여 용돈을 벌기 위해 온갖 일을 다해보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학생이자 미성년자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일자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녀석이 학교에 나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가출 기간에 힘이 들고 외로울 때 제일 보고 싶었던 사람이 친구였다고 하였다. 그 친구들이 그리워 더는 방황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새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담임으로서 챙기지 못한 2%를 아이들 스스로가 챙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2%가 그리워 방황을 끝내고 등교를 결심한 녀석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교실이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활기를 띤다. 나 또한 아이들 앞에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도 그건 개학 이후 주인을 잃고 빈자리로 남아 있던 자리가 채워졌기 때문이었으리라.

녀석이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들의 따스한 정이 있는 한, 두 번 다시 방황은 하지 않으리라 본다. 무엇보다 녀석의 방황은 아이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그리 길지 않았다고 본다.

아직도 나의 주변에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이성과 성적 등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다. 대부분의 그런 아이들의 공통점은 마음의 문을 열어놓지 않고 닫아둔다는 사실이다. 결국, 아이들은 고민을 하다가 방황을 결심하게 된다. 따라서 그런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을 두고 주변인들이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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