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때까지 묻고 가르쳐야

2006.09.26 10:28:00

선생님, 오늘 아침은 9월 셋째 월요일입니다.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기분이 좀 상쾌하지 않습니까? 저는 걱정했던 태풍 ‘산산’도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 출근하는데 지장이 없는데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반가운 아침 뉴스로 인해 마음이 가볍습니다.

저는 어제 태풍으로 인해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일행 9명과 함께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아는 분의 어린 딸이 암으로 고생하고 있어 때를 놓치기 전에 병문을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아산병원을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밤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으니 생각보다 빨리 다녀온 셈입니다. 그 이유는 운전하신 분께서 운전을 잘 하시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묻고 물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힘들었지만 중요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여행을 할 때 길을 잘 모를 때 묻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지도를 보든지 나름대로 짐작만 하고서 찾아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대부분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 않습니까? 찾는 속도도 느리지 않습니까? 헛수고만 합니다. 고생만 합니다. 시간만 낭비합니다.

그렇지만 조그만 자신을 수그리고 물어보면 쉽게 찾아가지 않습니까? 그러면 상당히 속도가 빠릅니다. 고생도 덜 합니다. 어제 일행 중 한 분은 서울을 올라가면서 서울 아산병원으로 가기 위해 어느 도로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수시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더군요. 그래서 밀리지 않고 지름길로 잘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언제나 자신을 수그릴 줄 아는 겸허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르면 자꾸 물어야 합니다. 알 때까지 물어야 합니다. 찾아갈 때까지 물어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겸허한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저도 학생시절을 되돌아보면 몰라도 알고 싶어도 묻지를 못했습니다. 그것도 몰라 하면서 핀잔줄까봐, 내 실력이 폭로될까봐, 자존심 때문에, 교만함 때문에, 부끄러워 질문을 한 번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도 자존심 때문에 잘 묻지 않았습니다. 그 때 조금만 겸허한 자세로 임했더라면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더 많은 것을, 잘 모르는 것을 빨리 배우고 깨닫게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몰라 묻지 않으면 결국 자기 손해입니다. 그걸 학생들에게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 용기 없는 학생들에게 모르면 물어라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선생님에게든지 학생들에게든지 물어야 합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그런 대로 많이 묻는 편입니다. 그래서 교무실에서, 골마루에서 언제 어디서든 질문하고 답변하고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직 묻는 학생들보다 묻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음을 보게 됩니다. 모르면 알 때까지 물어야 합니다. 모르면 자꾸 물어야 합니다. 귀찮아해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겸손하게 찾아와 묻는 것을 귀찮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큰마음 먹고 질문하는데 질문에 성실하게 가르쳐 주지 않으면 그 때부터 질문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싫어하지 말아야 합니다. 묻는 학생을 미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길을 잘 아는 분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듯이 잘 알아야 물으면 잘 대답할 것 아닙니까?

어제 일행 중 한 분은 아산병원이 보이지 않고 이 주변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묻기로 했지만 차만 다니는 거리라 할 수 없이 개인 택시기사에게 물었습니다. 연세 많으신 택시 기사님은 경고등을 넣고 갓길로 차를 서행하면서 친철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아산병원이 눈앞에 보였지만 워낙 길이 복잡해 자세한 안내가 필요한 때였습니다.

그 때 그 기사님께서는 어디로 들어가서 좌회전해서 얼마쯤 가다가 다시 우회전해서 가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고맙습니까? 얼마나 친절합니까? 저도 절을 꾸벅했습니다.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성실하게 가르쳐 주는지 머리에 계속 떠오릅니다. 이 때 이 기사님께서 바쁘다고 하면서 지나가도 될 것 아닙니까? 얼마나 싫겠습니까? 차가 가는데 묻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피하지 않고 상세하게 안내하시는 그 기사님의 정신을 우리 선생님들도 배웠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이 기사님은 서울 지리를 잘 아시는 분이라 친절하게 가르쳐 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자기 전공분야에 대해서는 기사님이 지리를 잘 알듯이 내용을 잘 알아야 친절하게 대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원 주변에 가서도 입구를 찾지 못해 또 길을 물었습니다. 길을 잘 아시는 분은 셋째 신호등 지나서 우회전 하라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러니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잘 알아야 구체적으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 대충 가르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알아듣기 쉽도록 자신 있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배움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주의 생활이 보람되었으면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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