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아침 한국교육신문에서 ‘교감급 연구사가 6급 주사 밑?’ ‘교육수첩 '서열' 논란…교육청·교육부·청와대 제각각’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저는 교육청에 근무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선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보다 오늘 기사가 더 피부에 와 닿았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전에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교육청이든 학교든 교육행정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학교를 지원하고 학생들을 지원하고 선생님을 지원하기 위해 계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입니다.학생들이 없으면 선생님들이 없으면 그분들은 존재의미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학교를 지원하고 학생들을 지원하고 선생님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내가 있다 하는 생각으로 일하시는 분들 아닙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육행정적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을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분들이 아니라 오히려 선생님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나아가 견제하고 경계하고 부담을 주고 감사하고 시키고 하는 분들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것도 학교보다 교육청에 가보면 더 그런 것을 느끼게 됩니다. 교육의 수장께서도 전문직인 장학사는 푸대접하고 일반직은 대접이 후합니다. 교육청에 근무할 당시에도 그러한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교육에 평생을 몸담았던 전문직을 홀대한다는 서운함이 늘 있었습니다.
제가 교육청에 근무할 당시가 40대 중반이었는데 처음 교육정보화과가 생길 무렵에 근무를 했는데 과장님께서는 교육정보화 업무를 장학관 밑에 제 자리를 두지 않고 저보다 나이가 어린 일반직인 여사무관 밑에 제 자리를 배치시켜 놓아 아주 못마땅했습니다. 사무관이 결재를 가면 이래라 저래라 간섭이나 하고 말입니다. 어디 일반직이 교육에 대해 제대로 압니까? 비록 교육학 공부를 해서 사무관 시험이 되었다고 하지만 25년 이상 교육경력이 있는 저하고 비교가 되겠습니까? 이러니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열을 받았겠습니까?
그 때 아무리 말단 장학사라 해도 사무관 밑에 자리를 두다니 하고 분을 참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기사를 읽어보니 가관이군요. 교감급인 교육연구사를 6급 행정주사 아래로 분류하다니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래도 됩니까? 그건 무슨 논리입니까? 능력 논리입니까? 교육부 홈페이지 및 올 교육수첩에 그렇게 분류돼 있다니요. 교육부에서 이렇게 전문직을 홀대를 하니 교육청에서도 그대로 본볼까 걱정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육부는 전문직과 일반직을 별도로 배열해 논란을 피해갔으나 올해는 사무관(5급)-연구관-행정주사(6급)-연구사-행정주사보(7급) 순으로 기재해, 교감급인 연구사가 주사의 지휘를 받는 모양새를 만들었다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선생님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합니다.
사무관 밑에 두는 것도 못마땅해 열이 채이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6급 주사 밑에 두다니요? 교육부 홈페이지에 분류하신 분이나 교육수첩을 만드신 분께서 아무런 의도 없이 배열했다손 치더라도 결과적으로 선생님들을 푸대접하는 모양이 되었으니 한번 재고해 보면 어떨까요? 정말 보기 좋지 않습니다.
교육행정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은 어디까지나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행, 재정적인 지원을 위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행,재정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지원받는 사람 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내가 너보다 낫고 너는 나보다 못하다고 하는 우열의식도 사라져야 합니다. 언제나 학교를 학생들을 선생님들을 지원하고 필요를 채워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이가 좋아집니다. 갈등이 생기지 않습니다. 부드러워집니다. 융화가 됩니다. 잘 돌아갑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연구사와 같은 급인 장학사를 행정주사 위에 배열했다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고, 청와대에 파견된 평교사는 서기관 급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하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입니다. 청와대까지 교육부처럼 분류했다면 더욱 실망했을 텐데 말입니다.
비록 6급 행정직원이 연구사보다 일을 더 잘하고 더 똑똑하게 여겨지더라도 그렇게 배열 매김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게 제 자리에 배열되어야 합니다. 모든 게 있을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물건도 사람도 있을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납니다. 보기가 좋습니다. 모양이 납니다. 그렇지 않으면 꼴불견이 됩니다. 보기가 싫습니다. 빛이 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얼굴을 찡그립니다.
사소한 것부터 제 자리에 놓읍시다. 사람은 사람대로, 물건을 물건대로 제 자리에 놓읍시다. 그래야만 갈등이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사이좋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일도 원만하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존대하는 풍토조성을 위에서부터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