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감나무 밑엔 홍시가 되어 떨어진 감들로 지저분합니다. 이걸 보며 어떤 분들은 벌써 무슨 홍시가 떨어지느냐고 의아하게 생각 하지만 사실입니다. 아직 시월도 되지 않았는데 감나무 밑엔 감잎이 수북하고 여기저기에 홍시가 떨어져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라 주워먹을 만도 한데 어쩐 일인지 요즘 아이들은 홍시를 보고도 별 반응이 없습니다. 아마도 자극적인 단맛에 길들여져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리포터가 살던 고향집이 생각납니다. 뒤뜰에는 모두 세 그루의 감나무가 있었는데 수령이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었죠. 추석 무렵이 되면 그 감나무들에서 홍시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뒤뜰에서 '툭'하는 소리가 나면 리포터는 뒷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홍시를 찾았습니다. 풀숲 사이에서 빨갛게 빛나고 있는 홍시를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비가 내리는 밤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밤새 떨어진 감들을 주워 먹기 위해서였죠. 교정을 산책하다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를 보니 불현듯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좀 덜 상한 홍시만을 조심스레 골라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쩍쩍 갈라진 찬란하게 붉은 빛 홍시가 정말 먹음직스럽습니다. 조선시대 박인로라는 시인은 홍시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조를 지었다고 합니다.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안이라도 품은즉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기리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주운 홍시를 누구에게 줄까 고민이 됩니다. 책에서 배운 대로라면 의당 어머니를 가져다 드려야겠지만, 하나뿐인 외동딸과 사랑스런 아내도 마음에 걸리네요. 필요한 홍시는 세 개인데 공교롭게도 홍시가 두 개 뿐이니 잠시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