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신뢰입니다

2006.09.27 17:32:00

오늘 점심시간 ‘신뢰를 파는 사람’이란 글 한 편을 읽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는 우리들은 학생들을 ‘신뢰를 파는 사람’으로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뢰가 땅에 떨어진 세상에 그래도 아직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신뢰를 파는 사람들이 있어 흐뭇함을 느낍니다. 이야기 일부를 소개합니다.

“ ‘오늘 딸기는 산지에 비가 와서 평소보다 덜 달고, 조직이 다소 무릅니다.’ ‘수박, 참외는 아직 제철이 아니어서 덜 답니다. 구입에 참조하십시오.’ 이런 말이 백화점 과일매장에 붙어 있으면, 도대체 이 물건을 사라는 것인지, 사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릴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느 백화점의 식품매장에 실제로 걸려있는 안내문이다. 이 백화점은 단순히 딸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파는 것이다. 즉 단순히 팔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때로는 약점을 과감히 공개해서라도 고객의 합리적인 구매를 돕자는 것이다.

저희 회사 근처에 제법 큰 한식집이 있습니다. 두 달 정도 대대적인 수리를 하더니 얼마 전 다시 문을 열었더군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서빙을 담당하는 여직원들 중에 제일 고참인 A팀장이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다시 개업한 기념으로, 점심메뉴 치고는 조금 비싼 전골을 주문했습니다. 그랬더니, A팀장이 주인이 못 듣게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군요.‘다시 문을 연지 얼마 안돼서 아직 그 전골은 재료가 썩 좋지 않아요. 그러니 오늘은 김치찌개를 드시지요. 전골은 일주일쯤 뒤면 좋은 재료가 오니 그때 드시고요.’ -이하 생략-"

두 이야기는 많은 것을 깨우쳐 주더군요. 위에 소개된 백화점처럼, 한 한식집처럼 신뢰를 파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올바로 유지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싼 물건 팔기 위해, 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그 순간은 이득을 보고 큰 이익을 남길지 몰라도 결국 그 물건에 대한, 그 음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으로 그 백화점이, 그 한식점이 결국은 낭패를 볼 것 아니겠습니까?

교장선생님께서는 이번에 교육위원으로 되신 친구의 신뢰에 대한 말씀을 저에게 해 주셨습니다. 교육청의 방 배치가 있을 때에 모두들 좋은 방 차지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분께서는 교육위원이 된 지도 얼마 안 되고 하니 가장 꺼리는 방을 자기가 차지하겠다고 말씀하시고는 나머지 방 배치는 연세 많으신 순으로 좋은 방을 배치하면 어떻겠느냐고 말씀 드려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교육위원회 의장, 부의장 선출을 앞두고 의견이 오고가는 가운데 자기보고 나이가 많다고 부의장을 하라고 권하는 말을 듣고는 자기는 이제 처음 교육위원을 시작하는 사람이니까 경험이 많으신 분을 하시도록 해야 한다고 해 젊은 교육위원들로부터 신뢰를 쌓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 앞에 소개된 두 이야기처럼 신뢰를 파는 분임이 틀림없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종종 들려줌으로 자기를 낮추고 자기를 양보하고 남을 높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함으로 자기 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신뢰를 파는 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도록 키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어느 TV 일일연속극 앞부분을 잠시 보았는데 집나간 어머니와 딸이 전화 통화하는 가운데도 거짓이 오고가고 있더군요. 어머니가 딸에게 나한테서 전화왔다고 하지 말라 하고 누구에게 전화왔느냐고 물었을 때 그 딸은 엄마에게서 온 전화를 친구에게 전화왔다고 거짓으로 대답하더군요. 연속극도 이런 하얀 거짓은 무방한 듯이 예사로이 거짓의 대화내용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짓불감증이 불신을 가져오게 하고 신뢰를 더욱 땅에 떨어뜨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누구를 믿겠으며 어디까지가 참말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헷갈릴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믿음이 가는 말, 거짓이 아닌 진실의 말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신뢰를 쌓는 학생, 믿음을 주는 학생, 인정받을 수 있는 학생, 신뢰를 파는 학생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신뢰입니다. 학생들에게 신뢰를 가르쳐야 합니다. 진실을 가르쳐야 합니다. 정직을 가르쳐야 합니다. 믿음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가정이 삽니다. 학교가 삽니다. 사회 구석구석이 삽니다. 나라가 바로 섭니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을 고칠 수 있습니다. 거짓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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