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정신' 가르쳐야

2006.10.02 08:56:00

선생님, 오늘은 10월 첫 월요일입니다. 내일이면 또 쉴 수 있는 날이라 토요일 같은 월요일 느낌이 듭니다. 월요일마다 찾아오는 월요병도 오늘만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신나는 월요일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우리 학교는 어느 때보다 더 조용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하겠지요. 이와 같은 날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간섭 안해도 공부하고, 감독 안해도 공부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골똘히 생각하고, 물으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일년 내내이었으면 합니다. 골마루마다 붙어 있는 ‘교실은 도서실이다.’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 주 야자시간에 한 젊은 선생님께서 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인지 옆에 가서 보니 노트를 복사하고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복사하는지 물어보니 정리가 잘 된 노트내용을 반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학급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얻게 하기 위한 담임의 애정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은 정말 부모님 못지않습니다. 부모님이 자식 공부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음껏 밀어주듯이 담임선생님도 자기반 학생이 공부 잘 하도록 마음껏 밀어주는 그 마음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마 보나마나 그 반 학생들은 담임을 존경하고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아침자습 시간에는 어느 반 한 학생이 앞에 나와서 수학 문제를 풀면서 설명하고 있더군요. 수학공부를 좀 잘하는 학생이 예상문제를 학급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그렇게 하더군요. 요즘 보기 드문 현상이었습니다. 이 학생이 자기만 좋은 성적을 얻고자 했더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내신성적이 바로 대학시험과 직결되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노트를 잘 정리한 학생이 학생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자기 노트를 공개하겠습니까? 경쟁을 의식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져 자기밖에 모르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가운데서도 이 두 학생들이 지닌 ‘더불어 정신’은 더욱 빛나고 있었습니다.

골마루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학생들이 친구에게 묻고 친구는 답을 해주고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많이 띕니다.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자기 시간 손해 보면서도 열심히 가르쳐 주는 아름다운 심성은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윤택하게 해 줄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더불어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을 언제나 배려하고 자신에게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남에게 유익이 된다면 자기 것을 공개하고 나눠주는 마음 갖도록 했으면 합니다. 경쟁 속에서도 서로 협력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 사는 멋을 느낍니다. 그래야 사람 사는 재미를 알게 됩니다. 경쟁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경쟁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경쟁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자기도 선의의 경쟁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사람의 정을 느낍니다. 사람이 귀중함을 알게 됩니다. 자기만이 갖고 있는 가진 것, 아는 것, 중요한 것을 남에게 공유하려 하고 알려주려 할 것입니다.

힘들게 얻은 것, 힘들게 가진 것, 힘들게 깨우친 것을 쉽게 나눠주고, 쉽게 공유하고, 쉽게 가르쳐 주는 일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고 보람된 일이고 사람다운 사람이 해야 할 일이기에 ‘더불어 정신’을 갖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까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나눠 줘도 가진 자는 더 풍성하게 되고 아무리 공유해도 가진 자는 더 새롭게 되고 아무리 가르쳐 줘도 가르친 자는 더 많이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함께 사람답게, 함께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더불어 정신’, 힘들어도 함께 가고, 어려워도 함께 가고, 괴로워도 함께 가고, 슬퍼도 함께 가고, 기뻐도 함께 가고, 마음에 들어도 함께 가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함께 가는 ‘더불어 정신’을 갖도록 지도해봄 직하지 않습니까? 그래야 학급도 건강한 학급, 학교도 건강한 학교, 사회도 건강한 사회가 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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