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가 무슨 축제 들러린가요?"

2006.10.27 16:47:00

요즈음 일선 지자체들마다 수많은 축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거기에는 일선 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문화적인 여러 행사를 통해 그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축제들이 지역의 경제적인 활성화와 이미지 개선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활동들로 일선 학교 학생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주말을 이용해 축제의 주요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학생들을 동원해 달라는 지자체의 요구가 많다. 학교가 지역단체의 요구를 묵살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고 지자체의 요구를 억지스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 축제 좀 하지 말자고 그래요!

이런 지자체의 요구는 일선 학교 평교사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위의 관리자들을 거쳐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교사들로서는 더더욱 거절하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학교의 관리자들도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그런 지자체 기관장들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고 만다.

“선생님, 우리가 왜 일요일 날 그런 축제 행사에 가야 되나요?”
“이 놈아, 우리 살고 있는 지역의 주요 문화 행사인데, 문화의 주인인 우리가 빠져서 되겠니.”

“선생님, 우리 주인 안 해도 좋으니, 제발 그런 축제 좀 하지 말자고 그래요.”
“무슨 이런 조그마한 고장에 축제가 그리 많은지….”
“왜 하필이면 일요일에 행사를 해요, 다른 날을 두고!”
“맞아요, 축제 행사 참여도 봉사 활동이나 여타 다른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는데, 일요일 날 하면 봉사 활동 이외에는 해당이 안 되잖아요?”“우리가 무슨 노역군인가요!”

많은 아이들은 축제 행사에 반 강제로 불려 나가서 참가해야 하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불만들을 쏟아낸다. 특히 주말에 불려 나가서 원치 않는 행사에 억지로 참가해야 하는데 대한 불만이 대단하다.

한참을 아이들과 설왕설래해야 달랠 수 있다. 대다수 아이들은 가기 싫은 행사에 억지로 끌어가다시피 해서 참석을 하게 된다. 교사로서도 정말 할 일이 아니다. 진정 지자체의 행사가 학생들에게 무슨 큰 의미 있는 일임을 설득하기가 힘들고, 자칫 성인들의 가식적이고 표피적인 위선을 우리 아이들이 배울까 두려운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학생 동원, 구시대적 발상 아닌가!

특히 최근에 지자체마다 수많은 축제 행사를 벌이는 통에 일선 학교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도우미로 많은 학생들을 원하는 경우에는 학교마다 아이들을 차출하느라 골머리를 꽤나 앓는다. 물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참여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이들에게나 교사들에게 큰 고충거리가 된다.

“이거 원 학교가 마치 지자체의 예속 기관이 되는 꼴이야!”
“그래, 교육자치제를 실현시켜 가는 마당에 학교가 일선 기관단체에 예속되는 꼴이 되어서야…”
“지자체가 여러 행사를 통해 지역의 부흥을 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학생들을 무작위로 동원해 일을 하는 것은 지난 군사 독재 시절의 잔재지 뭐야.”

오늘도 역시 지자체의 문화 행사 때문에 여러 선생님들이 옥신각신 하다 결국 학생들을 동원해 주어야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밥 한 끼 주고, 하루 종일 부대행사에 불려 다녀야 하는 고충을 또 한 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해당 선생님도 함께 주말을 반납해야 한다.

“행사도 무엇이 그렇게나 많아!”
“아이들 동원하는 것도 이거 원 한 두 번이지…”
“교감 선생님 제발 그런 부탁 들어오면 거절 좀 하세요.”
“선생님들 생각을 어찌 저라고 모르겠어요. 저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이 지역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축제를 주관하고 기획하는 이들을 돕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우리가 나서지 못할 이유도 없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주말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동원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되지 싶어요. 혹시라도 사고라도 나면 당장에 누가 책임질 겁니까?”
“맞아요, ○ 선생님 걱정도 이해가 되요. 저로서도 방과 이후에 선생님과 학생들을 동원하는 행사는 지양해야 된다고 봐요, 그런 문제도 있고 해서…”

관리자들 역시 대부분 지자체의 무언의 압력과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아야 하는 처지에 있기에 편안한 입장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골의 조그마한 학교로 올수록 심화된다. 군이나 면 지역 학교에서는 학교수가 적은 관계로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모든 학교들이 동원되는 경우도 허다하게 생긴다. 대도시의 큰 학교들이야 일부의 학생들만 동원해도 괜찮지만 군단위나 그 이하의 지역 단위 학교에서는 일부 행사에 학생들 대다수가 동원되어야 할 정도로 주축이 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21세기가 문화의 시대고, 그런 시대의 흐름에 각 지역단체들이 제각각 지역들을 위해 축제를 한 판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진정 우리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이 아닌 행사 그 자체 혹은 지자체의 행정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축제나 행사에 우리 아이들을 동원하는 그런 일들은 앞으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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