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아이들

2006.11.04 21:00:00

요즘 들어 아이들이 내뱉는 말들이 장난이 아니다. 최근 들어 부쩍 욕을 많이 하는 아이들을 자주 발견하곤 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여지없이 툭 터져 나오는 것이 욕이다. 주위 시선에는 거의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욕을 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 2학년 영어시간이었다. 수업 종이 울려 교실 문을 열자 한 여학생이 듣기에 민망할 정도의 욕을 친구에게 내뱉는 것이었다. 특히 평소에 얌전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욕설이라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군다나 그 아이의 욕설에 대해 교실에 있는 그 누구하나 싫은 내색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모든 아이들이 욕을 통례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와 얼굴이 마주친 그 아이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 또한 무언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는 그 아이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타인이 자신의 뜻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보이면 아이들은 거침없이 욕을 내뱉는다.

대체로 요즘 아이들은 친구의 작은 실수 하나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에게 손해 보는 일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욕이 때에 따라서 친근감을 주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여 큰 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번은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하루에 욕을 한번도 안 하는 사람 손 한번 들어볼래?”

내 질문에 아이들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어뜨리며 친구의 눈치를 살폈다. 조사결과 대다수의 아이들이 하루에 한번 이상 욕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욕을 하는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를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 중에는 습관적으로 욕을 많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결국은 아이들의 이와 같은 행동이 교사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선생님에게 욕을 하며 대드는 아이들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이런 행동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해 주어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간섭받는 것에 반발을 하며 대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들은 아이들의 잘잘못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다.

며칠 전 보건실에서 쉬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보건교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협박을 한 뒤 경찰에 신고한 한 중학생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아이들은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신분에 관계없이 욕설과 폭언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 하물며 자신에게 불리할 때에는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어떤 교사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보면서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이 무서워 교사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교사들은 아이들이 욕을 하며 대드는 것이 두려워 아이들의 잘못을 묵인해 버린다고 하였다.

어쩌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라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린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선생님의 말을 안하무인격으로 받아들이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좀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학창시절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준 선생님이 먼 훗날 아이들의 마음속에 가장 오래남아 있듯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말고 친자식처럼 돌보아주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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