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대국 시대, 진정한 '인간교육'부터

2006.11.07 15:32:00

최근 미국이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은 약 8만 7,724명, 이는 전체의 14.5%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인구 10억을 넘는 인도, 중국은 물론 1억 3천 명 가까운 인구에다 경제 대국인 일본도 제치고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유학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실로 세계가 깜짝 놀랄 일로 자녀교육에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유난스럽고도 희생적인 교육열을 보여주는 또 다른 면모다.

거기다가 불어닥친 과잉 영어열풍과 입시과열로 인하여 유학생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 쏟아 붓는 비용만도 매년 10조원에 이르는 등 유학인구는 당분간 세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기는 오늘의 한국이 세계에 우뚝 서게 된 것도 우리나라 부모의 남다른 교육열 덕분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교육열은 의외로 단순하다. 오로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데만 초점을 맞추어 벌이고 있는 경쟁이 우리 교육의 전부일 정도다.

그러나 성숙되지 못한 우리의 교육열은 이미 무분별한 해외 어학연수나 유학 과정에서 유학생의 부적응과 일탈, 기러기 가족으로 인한 가정 해체, 교육의 빈부 격차 극심, 외화낭비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도 ‘유학생의 자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 같다. 이미 보편화된 이 교환학생 제도는 우리 학생들이 민간대사로 나가 한국을 알리고 세계화의 큰 흐름을 알고 오는 좋은 기회로써 올해만도 약 3,000 명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미국 등으로 나갔다.

며칠 전 미국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 관리자들이 한국에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한국학생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놓았다. 앞으로 한국에 배정된 유학생 쿼터를 줄이겠다는 경고도 했다. 그들이 밝힌 한국 교환학생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너무 못한다는 점이었지만, 더 큰 문제로 지적한 사연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학 선진국은 우리와는 달리 이민자들과 원주민이 어우러진 개방적인 풍토가 일반화되어 있다. 반면 이런 사회 속에서 한국학생들의 인격이나 인간관계가 성숙하지 못해 지나치게 결례가 많다는 것.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고 욕을 하는가 하면, 공동생활을 하는 가정의 규칙을 어길 뿐 아니라 자기 일을 스스로 하지 않는 등 독일, 일본, 프랑스 학생들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예의가 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배정받은 호스트 패밀리와의 갈등 때문에 예정 기간을 끝내지도 못한 채 퇴출된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한국 남학생은 기피 대상 1호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행동이 거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과잉보호 속에 커서 공공장소에서 공중도덕을 지키는 예의범절과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꾸지람을 듣게 되면 결석을 하게 되고, 한번 결석하면 자꾸 하게 되어 장기간 학교에 가지 않고 쇼핑센터에 가서 놀곤 하다가 낙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로, 우리 아이들의 가정교육의 부재와 ‘준비되지 않은’ 무분별한 유학열풍 뒤에 감춰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는 실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관이 거듭나지 못하면 그야말로 치열해진 국제교육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부디 한국의 ‘유학 대국’ 시대, 아이들을 세계로 내보내기에 앞서 세계화에 대비한 진정한 ‘인간교육’ 부터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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