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두려운 아이들

2006.12.11 14:23:00

토요 휴업일. 9시부터 시작되는 자율학습에 1,2학년 대부분의 아이들이 참석을 하였다. 오후 5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보이기도 했으나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등교한 아이들의 복장은 왠지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자율학습 시작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책을 펴놓고 공부에 임했다. 특히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 때문인지 그 누구하나 떠들거나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없었다. 오히려 감독교사가 있음으로 더 방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고요한 정적을 깨뜨린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바로 교실 어디에선가 울러 퍼진 단 한 번의 휴대폰 벨소리였다.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모든 아이들은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린 쪽으로 쳐다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어수선해진 교실 분위기를 잡기 위해 아이들에게 정숙을 요구했다. 그 순간 또 한 번의 벨소리가 울려 자율학습 분위기가 엉망으로 되어 버린 것이었다. 한편으로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휴대폰 주인인 그 아이의 행동이었다. 그 아이는 전혀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 아이의 행동에 화가나 휴대폰을 꺼줄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중요한 전화가 걸려올 것이 있다며 휴대폰 끄는 것을 거부했다.

내 말을 거부하며 자신의 주장만 열심히 내세우는 그 아이에게 단체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올바른 휴대폰 사용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제야 그 아이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슬그머니 휴대폰 배터리를 분리하여 주머니 안에 넣는 것이었다.

웬만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요즘 아이들 때문에 이를 지도하려는 선생님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잘잘못을 꾸짖는 기성세대의 말을 비아냥거리기 일쑤이며 하물며 지나친 간섭으로 받아들인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들의 행동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기성세대에게 욕설과 폭력을 일삼는 일이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잘못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기성세대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그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연말연시 시험을 끝낸 아이들이 해방감에 들떠 자칫 잘못하면 그릇된 길로 접어들 수 있는 소지가 많다. 매년 이 기간 동안 늘어나는 청소년의 범죄율을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심과 사랑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본다.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에게 무조건식의 명령보다는 합당한 이유를 들어 아이들이 반감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들어 불거진 학교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가 아이들의 인격을 무시한 선생님들의 심한 욕설과 감정이 섞인 체벌로 인해 벌어진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사랑을 베풀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알지만 체벌과 욕설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누군가를 원망하며 자신의 잘못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멍들게 한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탓도 있다고 본다. 수시로 바뀌는 입시에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부모는 입시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에게 더 닦달을 하며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자신을 뒤돌아 볼 겨를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긴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어쩌면 이 방학에도 아이들은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자신을 뒤돌아 볼 여지도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일까? 방학이 다가오는데도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물며 어떤 아이들은 차라리 방학이 없기를 바란다고 한다. 이번 겨울방학만큼은 우리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게 말이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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