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9 일 맑음
아침 식사 대용으로 바나나를 샀다. 10루피 (260원 정도)에 5개는 주니 배가 부르도록 먹을 수있다. Tram(전철)을 탔는데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정류장 이름도 없고 안내 표시도 없어 난감했다. 시내 구경도 할 겸 무작정 끝까지 갔다. 차장이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 것 같은 데 힌두어로 물으니 알 수 가 없다. 영어를 못하는사람도 많아 의사소통이 안 될 때도 자주 있다. 종점에 내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호텔 근처의 중국음식점 howhua에서 mixed noodle soup(짬뽕)을 먹었다. 56루피였는데 맛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여기저기 LSD라는 간판이 붙은 집으로 가 집으로 전화를 했다. 분당 20루피(520원)란다. 아내가 무척 궁금했었나보다. 162초에 54루피(1400원)를 지불했다. 다시 인터넷 카페에 들러 집으로 메일을 보냈다. 시간당 15루피(390원).
캘커타에서의 인터넷 요금은 싼 편인다. 한글이 지원되어 편리하다. 다만 자판을 외우지 못해 그를 입력하기가 좀 어려워 메일을 영어로 써야 했다. 카페를 나와 길을 걷는다. 거대한 인도인의 행렬에 나는 이방의 나그네, 그러나 미국에서보다는 낯선 느낌이 덜 드는 것 같았다. 비용에 대한 걱정이 덜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005.1.10월 맑음
아침 열시쯤에는 Al-Gaus Hotel에서 Continental Guest House로 옮겼다. Continental이 150루피로 50루피가 싸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고르 하우스를 다시 방문하였으나 사진은 찍지 못했다. 건물 내에서는 일체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다. 밖에서 찍으려 하나 사진을 찍을만한 장소가 없었다. 타고르의 집과 한데 붙어있는 Barahati University로 들어가니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여기저기 등교하는 학생들로 교정이 활기에 넘친다. 건물은 몹시 낡았지만 학생들의 발랄한 모습을 보니 인도의 희망을, 인도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보는 것 같다.
타고르 하우스를 다시 방문하고 나오는데 디지털 카메라에 용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할 수 없이 다시 Park Street에 돌아와 걷고 있는 데 어디서 왔는지 또 한 사람이 따라오며 말을 건다. 카메라 가게가 어디 있는냐고 묻자 그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카메라 수리점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메모리 카드가 없었다. 그는 다시 카메라 판매점으로 안내해 주었다. 이런 안내인을 자꾸 만나니 걱정이 된다. 나중에는 꼭 돈을 요구하고 자기네 가게를 소개하는 등 관광객을 난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돈을 안 받는다면서 그냥 friendly guide(우정의 안내) 혹은 인도에 온 guest(소님)니까 안내한다고 말은 하지만 속셈은 그게 아닌 것이다. 직업삼아 하는 것이다. 얼마동안 함께 다니며 이것저것 소개하고 나중엔 몇 분 동안 도와줬다며 돈을 요구한다. 가게 주인들 하고 계약을 맺고 얼마의 수당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공식절차를 밟아 안내인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외국인이면 누구에게나 접근하여 즉흥적으로 상가 안내 등을 한다.
안내인이 카메라 가게까지 안내해 주었다. 카메라점 점원은 메모리 카드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며 가장 싼 것이 3,650루피짜리와 1,900루피 짜리가 있다고 한다. 사긴 사야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나중에 사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안내를 해준 사람에겐 그냥 고맙다고만 하고 헤어졌다. 헤어지니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가. 피로감이 몰려왔다.
20루피에 릭샤를 타고 Free School Street에 돌아와 Hong Kong Chinese Restaurant에서 44루피에 chicken soup를 먹었다. 닭죽이었다. 식사 후 오후엔 봉사활동 신청을 위해 마더 하우스로 갔다. 월, 수, 금 3시부터 신청을 받는데 도착하니 2시쯤 되었다.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테레사 수녀님의 무덤도 보고 성당 내부도 둘러보았다. 수녀님이 세운 이 봉사단체 건물을 캘커타 시민들은 마더 하우스라고 부른다.
수녀님의 동상과 사진엔 성스러운 빛이 감돌고 자비로움이 흘러넘쳤다. 2층 성당에선 수녀님들 여럿이 기도하고 있었다. 1층의 수도가에서는 선교회 복장을 한 여러 수녀님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1층 한 쪽에 테레사 수녀님 동상이 있었는데 자비롭게 손을 앞으로 내밀고 계신 모습이다. 수녀님들은 이 동상 앞을 지나갈 때면 수녀님의 손을 한 번씩 잡아보고는 지나가는 것이다.
복도에서 성당 앞을 지나갈 때도 무릎을 꿇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몸을 숙여 절을 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키도 작고 몸집이 작은 인도의 수녀들이 제일 많은데 벽안의 수녀님들도 상당수 있었고 동아시아 수녀님들도 있었는데 한국 수녀님들 같았다. Volunteer(봉사자) 담당 수녀님은 서양 수녀님이었다.
3시가 되니까 담당 수녀님이 앞장서서 150m 정도 떨어진 House of charity(자선의 집) 건물로 옮겨 그곳에 마련된 여러 개의 간이 벤취에 앉았는데 자연스럽게 서양인은 서양인끼리 동양인은 동양인끼리 앉게 되었다. 곧 담당봉사자가 와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대한 안내를 해 주었다. 2005년 1월 10일 오늘 한국인 신청자는 5명이었다. 여자 대학생 2명 젊은 부부 한 쌍 그리고 나였다. 서양인까지 포함하면 오늘 15명 정도가 봉사활동을 새로 신청했다.
아까부터 수녀님과 의논을 하며 직원처럼 열심히 일하는 동양인이 있었는데 저 분은 뭐하는 분일까 하고 궁금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분은 1년 동안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이이었다. 이 분이 우리 5명에게 자세한 안내를 해주었다.
먼저 손바닥만한 신청서에 이름, 한국 주소, 캘커타 도착일, 캘커타 출발 예정일을 적어서 제출했다. 다음 자세한 안내가 이어졌다.
인도에서는 물을 조심하라.
길거리에 쓸어져 있는 사람이나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마라.
아기들도 자기 아기들이 아닐뿐더러 기업적으로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엔 씁쓰레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들이 그대로 방치된 것이 아니지 않는가 하는 안도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안내는 계속 이어졌다.
6시에 아침 미사가 있다.
7시쯤 빵과 바나나 커피로 간단한 아침 식사
7시 30분 쯤 각 봉사활동 장소로 출발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봉사활동
저녁에는 6시 30분에 묵상의 시간이 있는데 목, 토, 일요일엔 6시에 있다.
목요일엔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
봉사는 오전과 오후 구분해서 하는데 오후에도 하겠다고 하면 할 수 있는데 여행임을 감안하여 오전만 하는 것도 괜찮다.
봉사장소는 일곱 군데가 있는데 오전 오후 모두 하는 곳이 있고 오전만 하는 곳이 있다.
여자 봉사자만 필요한 곳이 있고 남녀 봉사자 모두 필요한 곳이 있다.
각자 식사하고 각자 호텔에서 자고 아침 6시 전까지 Mother House로 오면 된다.
일곱 군데가 다 따로 떨어져 있는데 같이 가는 사람들끼리 가는 것이 좋다.
끝나면 각자 자기 숙소로 돌아간다.
이것 저것 시키는 사람이 있거나 일과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 하는 것을 보면서 알아서 열심히 하면 된다.
사진 촬영은 봉사 마지막 날 수녀님의 허락을 받고 찍을 수 있다.
일곱 군데 봉사기관은 다음과 같다.
1.쉬쉬바반(신청서 받던 건물) : 오전 오후 봉사 가능. 여자 봉사자만 필요. 갓난아기 돌보는 곳. 장애아 비장애아 다 있다. 5세 이하의 갓난아기들을 돌본다.
2.쉬쉬바반 하우라 : 남녀봉사자 모두필요. 오전봉사만 가능. 유치원이나 학교 같은 분위기에서 조금 큰 아이들을 돌보는 곳.
3.다야단 : 장애 어린이를 돌보는 곳. 남녀봉사자 모두필요. 오전 오후 봉사 가능.
4프렘담 : 장애 있는 어른들 씻기고 청소하고 면도, 시트 까는 일 등을 한다. 남녀봉사자 모두 필요.
5.깔리 가트 : 임종의 집. 중환자 보호. 남녀 봉사자 모두 필요. 오전 오후 봉사 가능
6.싼티간 : 학대받는 여성들 보호. 파키스탄에서 넘어온 불법 난민 여성들 심신의 안정을 목표로 함. 여자 봉사자만 필요. 오전봉사만 가능.
7.니보디보 : 남자수사가 관리. 장애 남자 아이들, 길거리의 아이들을 돌봄. 일요일엔 많은 봉사자 필요. 거리가 좀 먼 편이며 점심식사 제공.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나서 수녀님 면담이 있었다. 어디서 하고 싶으냐고 해서 깔리 가트라고 했다. 수녀님은 조그만 메달과 영수증을 주었다. 메달에는 성모님의 모습이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라 날짜도 적혀 있지 않았다. 기간은 임의로 하면 되는가보다. 하루도 좋고 한 달도 좋고 1년도 좋을 것이다.